정권 바뀌어도 ‘3국 협력’ 후퇴 없게… ‘쿼드’ 맞먹는 효과 [韓·美·日 ‘캠프 데이비드 원칙’]

이지안 2023. 8. 15. 1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 이정표’ 의미·전망
바이든, 韓·日관계 해빙국면 적극 활용
‘가장 약한 고리’ 재부상 가능성 최소화
전문가 “제도화할수록 번복 어려워져”
대통령실 “회의 정례화 성명에 명시 등
구체적 사안 정상회의 직전까지 논의”
공동성명에 중국 직접 언급은 않을 듯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이는 ‘캠프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은 윤석열정부 들어 맞게 된 한·일관계 해빙 국면을 이용해 3국 공조를 강화하고, 후임 정권에서 관계가 다시 악화하는 일이 없도록 못 박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3국 협력관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로 꼽혔던 한·일관계 문제가 재부상할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내년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UPI연합뉴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석좌는 14일 전화 브리핑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화해를 이용해 3국 관계의 진전 상황을 제도화하고, 이를 미래 지도자들이 되돌리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번 정상회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3국 간 협력을 정례·공식·제도화할수록 이를 되돌리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제언했다.

대통령실도 “현재 공감대를 갖고 (캠프데이비드 원칙 채택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회의 정례화 등을 공동성명에 명시할지 회담에서 언급할지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선 정상회의 직전까지 논의한 뒤 문서의 문구를 다듬을 것”이라고 말했다.

3국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별도 회담을 위해 처음으로 만나는 행사인 만큼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3국이 치열하게 성명에 담길 문구 선택 및 표현 수위에 고심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캠프데이비드 원칙이 어떠한 문서 형태로 공개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 문서와 관련해 “평문으로 풀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공동성명 형태가 나올 수 있고, 그런 공동성명을 어떤 원칙하에 일목요연하게 요약해 전문가들이나 언론인들이 파악할 수 있는 주제형 요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1월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3국 공조관계를 명문화할 캠프데이비드 원칙을 커다란 성과로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첫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동맹 강화에 힘써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캠프데이비드 원칙을 통해 한·미·일 3국 공조에서도 쿼드, 오커스(AUKUS:호주·영국·미국),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같은 정식 협의체와 맞먹는 중국 견제 효과를 뽑아내겠다는 목표다.

미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중국은 대만 위협 훈련, 북한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이웃국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을 더욱 가깝게 만드는 건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맞서 구상하는 이 지역 접근법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공동성명 등에서 중국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앞두고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어 중국과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키는 일은 피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액시오스는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수개월간 이뤄진 미국 외교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하며 “미 정부는 한·일 양국이 복잡한 과거를 넘어 결속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설득해 왔다”고 전했다.

한·미·일 정상이 위기(crisis)시 협의 의무(duty)를 발표하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1일 미국이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한·일 각국이 공격받으면 서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군사적 상호 방위는 국회 비준이 필요한 조약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3자간 상호 방위 공약을 담은 공식 안보 협정 등이 마련될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 영역에서 3국을 더욱 가깝게 할 몇 가지 조치를 통해 집단 안보가 강화할 것이지만, 3국간 안보 프레임워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일 정상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캠프데이비드의 역사적 상징성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의가 주는 무게감은 확실히 남다르다는 평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3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의에 대해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장을 연 21세기 외교 현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차장은 “3국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 개최만을 위해 따로 모여 역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며 “이번 회의를 통해 한·미·일 협의체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협력체로서 뚜렷한 독립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안·이현미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