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자유 가치 일깨워… 인생 고비마다 조언 ‘제1 멘토’ [尹대통령 부친 별세]
윤기중 교수 ‘자유시장’ 주창
한국 통계학 기틀 잡은 학자
“부정한 돈은 절대 받지 마라”
尹 검사시절 입버릇처럼 강조
‘강직한 원칙주의’ 부전자전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생전 윤석열 대통령의 정신적 기둥이자 국내 통계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원로 학자였다. 윤 대통령의 생애 ‘제1 멘토’로서 가치관과 국정철학 정립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고인은 15일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뒤 곧바로 병원을 찾아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현직 대통령이 부친상을 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12일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왼쪽)의 생일을 기념하며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초청해 촬영한 기념사진. 대통령실 제공 |
윤 교수는 강직한 성품을 지닌 원칙주의자였다.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에는 “부정한 돈은 받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 6월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저녁 식사를 했을 때도 “국민만 바라보며 직무를 잘 수행하라”고 격려했다.
엄격한 아버지로서 어린 시절 술에 취해 친구 등에 업혀 귀가한 윤 대통령의 엉덩이를 고무 호스로 때렸다는 일화도 있다. 윤 대통령이 고등학교 1학년 때 윤 교수에게 업어치기를 당하고 기절해 이튿날 등교하지 못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그러나 혼낼 때가 아니면 다정한 아버지이기도 했다. 동료 학자들과 집에서 술잔을 기울이다 하교한 윤 대통령을 불러 훌륭한 학자로 성장하라고 격려하며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왼쪽)와 초등학생 시절의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윤 교수는 학문적으로는 자유주의 경제학을 주창했다. 학계에서 윤 교수는 자유주의 경제 기본 취지와 원칙만 제대로 지켜도 경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진 학자로 알려져 있다. 정경유착 문제 역시 우월적 지위를 가진 이들의 반칙 때문으로 보고 시장경제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인생 책’으로 꼽는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도 윤 교수가 선물한 책이다. 윤 대통령은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할 당시 윤 교수 권유로 이 책을 읽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되기 전부터 사석에서 “이 책 내용에 동의한다”며 “자유시장경제가 맞는 방향”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윤 교수의 시각이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윤 대통령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점에서 고인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 정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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