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의 인사이트] 분노 전염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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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건너 한번씩 저녁뉴스에 '묻지 마 폭행'이 등장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회를 향한 적대감을 제3자에게 분노로 표출하는 이런 류의 사건은 전국적으로 매일 3건씩 발생한다.
하지만 분노가 전염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더 우려한다.
정부와 사회는 분노 전염병의 R값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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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무차별 살상사건인 '거리의 악마(도리마)'를 연상시키는 흉기난동은 경악스러웠다. 하지만 분노가 전염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더 우려한다. 청년층의 분노 전염, 유행이 초래할 우리 사회의 잿빛 미래상이 보여서다. 살인예고 게시물 피의자 중 절반 이상이 10대다. 피의자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장난이었다"는 변명을 하지만 청년층 좌절이 온라인상에서 노출된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빈부격차, 취업난과 입시난, 심리적 고립감 등이 청년층의 분노와 박탈감을 키운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층 현실은 불안 그 자체다. 소액생계비대출 50만원을 받은 20대 청년 5명 가운데 1명은 한 달 6000원가량의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고 한다. 학생이나 비정규직 청년들이 급등한 원룸 전월세 등 주거비와 생활비를 충당하려 대출을 받았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우리나라에 앞서 비슷한 사례를 겪은 일본도 그랬다. '도리마' 사건은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발생했다. 버블경제 붕괴 후 격차 문제가 현실화한 때다. 노동시장은 불안정했고, 젊은이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파견노동자 대량해고도 있었다.
영국 수학자이자 역학자인 애덤 쿠차르스키는 '수학자가 알려주는 전염의 원리'라는 책에서 "연쇄폭력과 전염병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둘 다 노출 후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를 거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떠올려보자. 당시 'R값(전염재생산지수)'이 1을 넘으면 환자는 급증했다.
정부와 사회는 분노 전염병의 R값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 고립·은둔청년 문제에 정면 대응해야 한다. 연이어 발생한 살해·흉기난동 사건 피의자들 대부분은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었다. 서울시 추정에 근거하면 전국적으로 약 61만명이 사회와 단절된 채 살고 있다. "왜 사지멀쩡한 튼튼한 애들한테 세금을 쓰냐"는 비판에 우물쭈물하다 전염재생산지수 급등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형·사법 정책과 함께 사회·복지적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 공급은 당연한 전제다. 선제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의미도 있다. 일본은 은둔형 청년 1명당 만 25세부터 65세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사회보장 혜택만 받을 경우 발생할 손해비용을 약 16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약 976조원이다. 분노 전염병에 과감한 백신투여가 시급하다.
mirror@fnnews.com 경제부 부국장 세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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