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직접 만든’ 배터리 얹기 경쟁 치열..마지막 승자는

이다원 2023. 8. 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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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배터리 내재화에 9.5조 투자
신형 싼타페에 자체 개발 배터리 장착
폭스바겐·토요타에 테슬라까지 참전
원가 부담 낮추지만..관건은 ‘속도’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차량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직접 만든 배터리를 자사 차량에 얹어 원가 부담을 덜고 배터리 기업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위한 각 사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싼타페 5세대 ‘디 올 뉴 싼타페’.(사진=현대차.)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배터리 기술 내재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 차량용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월 ‘배터리개발센터’를 본격 출범한 현대차는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전동화 차량에 탑재할 배터리의 셀 단위 설계부터 배터리관리시스템(BMS)까지 종합적 연구에 나섰다. 향후 10년간 투자할 금액도 9조5000억원에 달한다.

성과도 내고 있다. 현대차는 16일 출시하는 싼타페 완전변경 모델 ‘디 올 뉴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에 자체 개발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시스템 최고 출력 235마력, 최대 토크는 37.4kgf·m에 달한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차량용 배터리 내재화에 일제히 돌입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아예 배터리 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Co)를 설립하고 2030년까지 유럽에 240기가와트시(GWh) 규모 셀 공장을 여섯 개 짓기로 한 이유다. 캐나다에도 배터리 셀 공장을 설립해 2027년부터 생산한다.

폭스바겐그룹은 자체 개발·생산한 배터리를 그룹 내 전동화차량뿐만 아니라 타 브랜드에도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토요타그룹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자체 개발 중이다. 토요타는 오는 2027년 자체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동화 차량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생산 거점도 마련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총 59억달러(약 7조9000억원)를 투입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용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시작될 경우 이로 전환할 가능성도 적잖다.

전기차 시장에 바로 진입한 미국 테슬라도 배터리 비슷한 배터리 전략을 갖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20년 일찌감치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의 직접 생산을 추진 중이다. 생산 단가는 낮추고 에너지 용량은 5배 늘린 차세대 배터리다. 테슬라는 이를 통해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한 번에, 한 공장에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미국 네바다주 테슬라 공장. (사진=테슬라)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차량용 배터리 자체 개발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성공적 전동화 전환을 위해서다. 업계는 전동화 전환의 성패가 배터리 기술 내재화에 달렸다고 본다. 안정적 공급망을 가질 수 있는데다 각 사 차량에 맞는 배터리를 개발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이 (차량) 판매가격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며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 생산까지 할 수 있다면 원가 부담이나 타사(배터리 기업) 의존도가 모두 낮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 BYD가 대표적 예시다. BYD는 배터리와 완성차를 모두 생산하고 있다. 배터리를 내재화하니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였다. 게다가 배터리만 판매해 얻는 수익도 있다.

관건은 속도다. 완성차 기업이 높은 수율의 전기차 배터리를 당장 만들기는 어렵다. 당장 대규모 생산 투자에 나선 곳들이 있지만 생산 개시 시점은 대부분 2027~2028년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완성차 기업들은 결국 기존 배터리 기업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도 폭스바겐도 기술 내재화를 통해 설계 능력을 갖춘다고 해도 생산은 당분간 외부 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경우 만일 품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묻는 절차가 복잡해지니 당분간은 완성차 기업들이 바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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