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 北 겨냥 '이분법'으로 자유민주주의 우월성 부각

김현빈 2023. 8. 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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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면서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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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로는 이례적 표현 등장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려 윤석열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의 70년을 비교하며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국정 기조를 다시 한번 선명하게 각인시킨 셈이다. △독립운동이 추구한 것은 자유·보편적 가치이고 △한미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연대와 결속을 다지면서 △번영과 안보, 평화를 이루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를 가장 많은 27차례 언급했다. 반면 남북관계 개선과 사회 통합의 메시지는 찾을 수 없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면서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일갈했다.

'야비', '패륜' 같은 표현이 광복절을 비롯한 국경절 경축사에 담긴 것은 이례적이다. 이어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함께하는 연대의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처럼 '북한'을 고리로 비판 수위를 높인 전례가 있다. 6월 한국자유총연맹 기념식 축사에서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했다”고 지적했고, 지난해 10월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오찬에서는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강도 높은 작심 발언은 ‘자유진영 대 반국가세력’이라는 이분법의 잣대를 앞으로도 계속 강조할 것이라는 의지로 읽힌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에선 “극우 유튜버나 아스팔트 우파 같은 독백”(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나치 괴벨스 선동문에 가까운 충격적이고 참담한 연설”(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이라며 비판이 쏟아졌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실제로 간첩단이 적발되는 등 우리 사회가 지난 수십 년간 경각심을 잃었던 게 사실”이라며 “선열의 피로 일군 자유를 글로벌 연대를 통해 지키겠다는 단순하면서도 극명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과거 대통령들의 경축사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이나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또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천명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을 반복해 거론한 것에 불과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고 규정했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건국의 기원을 놓고 ‘1919년 건국론’과 ‘1948년 건국론’으로 양분돼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벌여온 것에 선을 긋는 발언이다. 독립운동 역시 자유를 지키기 위한 건국의 과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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