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디지털 헬스케어 한우물···DTx 산업 생태계 리드할 것"

이재명 기자 2023. 8. 1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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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강성지·노혜강 웰트 공동창업자
쌍둥이 자매의 자녀로 어려서부터 막역
학생 공동창업·삼성전자 사내벤처 함께
건강 활동 유도 모티브앱 첫 제품 실패에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 큰 차이 인식
사용자 맞춤형 중심 기술 중요성 깨달아
불면증치료제 '웰트-I' 식약처 허가 성공
글로벌시장 이끄는 디지털제약회사 포부
강성지(왼쪽) 대표가 공동 창업자인 노혜강 이사와 함께 웰트의 사업 모델과 디지털헬스케어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서울경제]

“E헬스(Electronic Health), U헬스케어(Ubiquitous Health Care)를 아시나요? 10여 년 전에는 저희가 개발하던 디지털헬스케어를 그렇게 불렀죠.”

어느덧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든 지 15년을 넘긴 웰트(WELT)의 강성지·노혜강 공동창업자는 15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자신들을 “헬스케어 업계의 고인 물”이라고 소개했다.

아직 30대인 두 창업자는 ‘E헬스’ ‘U헬스케어’가 국내 대기업은 물론 글로벌 빅테크까지 뛰어든 디지털헬스케어가 될 때까지 오직 한 우물만 팠다. 그 성과가 국산 2호 디지털치료기기(DTx) ‘웰트-I’이다. 웰트-I는 올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웰트는 나아가 세계 최초의 DTx 개발사인 페어테라퓨틱스(페어)의 파산 이후 매물로 나온 파이프라인 일부를 올 5월 인수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선두 그룹으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강성지 대표(CEO)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고,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던 페어가 사라져 이가 시릴 수는 있지만 장기간 누적해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웰트가 시장을 주도할 시대가 시작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DTx 산업 생태계를 리드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노혜강 이사의 디지털헬스케어 창업은 연이은 우연과 필연의 산물이다. 두 사람은 대학생·대학원생 신분인 2008년부터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에 관심을 가졌다. 서울대 경영학도였던 노 이사는 서울대 보건대학원을 다니던 강 대표와 창업 스터디(Big Dog)를 꾸렸다. 어머니가 쌍둥이 자매인 사촌 사이로 어릴 때부터 막역하게 지내던 두 사람이 디지털헬스케어 분야에서도 마음이 통한 셈이다. 강 대표는 “아이폰이 막 등장해 위치 기반 서비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자는 흥미가 자연스럽게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2011년 ‘걷기’ 등으로 건강 활동을 유도하는 모티브앱으로 처음 공동 창업했다.

하지만 모티브앱의 성과가 나지 않으면서 노 이사가 1년여 먼저 삼성전자(005930)에 SW엔지니어로 들어갔다. 노 이사는 “돌이켜보면 성인이 된 후 형을 만날 때마다 인생의 분기점이 만들어졌다”며 “우연히 창업하면서 경영학도에서 개발자로 커리어를 바꾸게 됐고 지금은 웰트에서 CFO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로 삼성전자 헬스팀에 합류한 강 대표가 2016년 노 이사와 다시 의기투합해 사내 벤처를 창업하고 스핀오프해 지금의 웰트가 됐다.

강 대표는 “노 이사는 고민을 나눌 수 있고 가장 믿음이 가는 파트너”라며 “부족한 부분을 항상 채워줘 지금까지 웰트를 이끌고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웰트는 불면증 DTx 웰트-I의 식약처 허가뿐 아니라 글로벌 DTx 협의체인 글로벌디지털치료협회(DTA)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사 기업에 선정되고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의장을 맡으며 국제적으로 기술과 규제의 표준 설정을 이끌 정도로 급성장했다.

강성지(왼쪽) 대표가 공동 창업자인 노혜강 이사와 함께 웰트의 사업 모델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두 사람은 첫 창업 실패에서 냉정하지만 정확한 디지털헬스케어의 현실을 파악했다. 강 대표는 “모티브앱에서는 미션을 부여해 걸음에 동기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집중 개발했지만 결국 헬스케어 관점에서 사용자를 관리하는 데 실패했다”며 “대기업은 물론이고 수많은 디지털헬스케어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놓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설립 이후 장기간 DTx의 선두 주자였던 페어도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다는 게 노 이사의 분석이다. 노 이사는 “디지털헬스케어 개발에 있어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면증 치료의 경우 센서와 사용자의 입력 값을 활용해 수면 패턴, 식습관, 영양 관리, 운동량 등을 데이터로 확보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예측하는 기술까지가 디지털화”라며 “디지털화된 데이터가 24시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수면의 질을 높이는 효용 높은 프로그램들로 사용자에게 최적화되는 것이 디지털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페어는 선도적인 기술력으로 디지털화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고객이 원하는 맞춤형 디지털 전환에는 실패했다”며 “웰트-I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까지 제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영업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대표는 웰트가 주도해나갈 디지털헬스케어 혁신의 방향에 대해 공급자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최적화된 기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당뇨 약을 아침저녁마다 스스로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처럼 디지털헬스케어도 사용자의 동기와 과학적으로 증명된 솔루션이 결합될 때 제대로 작동한다”고 강조했다.

웰트는 디지털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제약 사업이 이뤄온 신약의 신뢰성을 복구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팬데믹 기간에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제약 산업의 신뢰가 많이 약화됐다”며 “DTx는 신뢰를 떨어뜨리지 않고 더욱 단단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웰트는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으로 디지털헬스케어를 풀어낸 첫 번째 회사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나타냈다. 노 이사도 웰트의 비전에 대해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디지털 제약 회사”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사진=권욱 기자 uk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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