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 날때마다 개정···'누더기' 재난안전법 사후약방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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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 유형에 다중운집 인파 사고를 추가하는 법 개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은 법으로 정의되지 않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조문에 재난 유형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왔다.
이처럼 대형 사회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후 개정이 반복되면서 이태원 참사처럼 법에 명시되지 않았던 다중인파 밀집 사고는 정부의 재난안전사고 대응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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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도 개정안에 원칙 동의
"새 재난 대처 못해 무용지물"
"예방·대응 초점 맞춰야" 지적
지난해 10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재난 유형에 다중운집 인파 사고를 추가하는 법 개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형 사고 때마다 사후약방문식으로 법 조항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재난에 대처하지 못하는 맹점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 법은 정부와 지자체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응해야 할 재난 유형을 명시하고 있다. 두 개정안 모두 사회재난 유형에 다중운집 인파 사고를 추가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동일하다.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역시 원칙적으로 국회 개정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의 역사를 돌아보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은 법으로 정의되지 않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조문에 재난 유형을 하나씩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왔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2014년 12월 항공·해상 사고 등 교통사고가 사회적 재난에 추가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대형 사회적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후 개정이 반복되면서 이태원 참사처럼 법에 명시되지 않았던 다중인파 밀집 사고는 정부의 재난안전사고 대응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재난안전의 주관기관이 지정되지 않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심의·수립한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재난안전의 유형을 놓고 정부가 소극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수시로 법 개정을 하더라도 새로운 재난이 등장했을 때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다중이용시설에서 잇따라 발생한 이상 동기 범죄에 대해서도 행안부가 재난안전문자 발송을 검토할 만큼 재난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개정안에 대해 “재난 유형에 명시적으로 해당하지 않더라도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규율 대상으로 포섭해 수습 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며 “특정 유형의 피해를 재난 정의 규정에 추가적으로 명시해야 할 필요와 실익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열거주의식 법 개정의 한계가 명백한 만큼 정부가 법조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열거식 법 개정을 유지하는 한 조문에 없는 재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문제가 생긴다”며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책임 소재와 초기 대처를 둘러싼 문제가 되풀이되는 만큼 재난 컨트롤타워 정립을 포함해 예방과 대응을 명확히 규정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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