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물가' 아르헨, 기준금리 한번에 21%P 인상
극우 후보 예비선거 1위에
주식·국채 가격 폭락 영향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14일(현지시간) 자국 통화 가치를 18%가량 떨어뜨리는 평가절하를 실시했다. 이와 동시에 살인적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21%포인트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13일 대선 전초전 격인 예비선거에서 중도 성향 후보가 대통령선거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극우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자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시장 충격에 아르헨티나 증시는 물론 달러 표시 국채 가격도 폭락하자 아르헨티나 당국이 대대적인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BCRA)은 이날 "오늘 이사회가 통화정책 금리를 21%포인트 인상할 것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97.0%에서 118.0%로 상승했다. 1980~1990년대 경제 대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 아르헨티나 기준금리가 세 자릿수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2년 4월 30일 91.19%와 지난 6월 15일 97.0%가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BCRA는 "이번 정책 평가를 위해 전반적인 물가 수준과 금융·환율시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번에 21%포인트에 달하는 높은 인상폭 역시 2002년 6월 30일 44.7%에서 7월 31일 67.6%로 22%포인트 넘게 올린 이후 21년 만이다. BCRA는 해당 조치가 환율 기대치 고정, 외환 보유 압박 완화, 아르헨티나 페소 통화 투자에 대한 긍정적인 수익 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는 미겔 앙헬 페스세 BCRA 총재의 발언 등을 인용해 페소 평가절하를 통해 공식 환율은 지난주 금요일 달러당 298.5페소에서 향후 365.5페소에 거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아르헨티나의 비공식 환율은 달러당 685페소까지 뛰었다. 이 환율은 10월 대선 전후까지 달러당 350페소로 유지될 예정이다.
앞서 13일 아르헨티나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중앙은행 폐지를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자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이 약진했다. 그는 페소화의 달러화 대체도 공언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페소화 평가절하 등은 현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정부가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를 잡고, 정치적 변동성이 가중되는 외환 고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아르헨티나는 이 같은 정책 기조를 1년 이상 이어오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와 환율을 모두 잡지 못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 기준 115%를 넘어서며 고공 행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외환보유액은 국제통화기금(IMF) 부채 등을 고려할 때 급격이 쪼그라들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으로 물가 상승세는 더 가팔라져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기준 생활비는 연초 대비 31% 올랐다. 올해 아르헨티나 인플레이션율은 142.4%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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