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할퀸 하와이에 강도 늘고 땅 투기꾼도 '기웃'(종합)

윤종석 2023. 8. 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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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에 날린 전선이 하와이 산불 일으켰다" 전력회사 피소
산불로 인한 사망자 99명까지 늘어…"앞으로 2배 이상 불어날 수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이도연 기자 = 산불 참사가 발생한 하와이 마우이섬에 강도가 기승을 부리고, 타인의 불행에서 큰 수익의 기회를 포착한 땅 투기꾼들도 기웃거리고 있다.

산불로 잔해만 남은 하와이 아파트 단지 (라하이나[美하와이주]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서부 라하이나에 새까맣게 탄 아파트 단지의 잔해가 남아있다. 이번 산불로 80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당국이 경보 사이렌을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은 산불 대응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2023.08.13 besthope@yna.co.kr

미국 언론 인사이더 등은 마우이 주민들이 최근 산불 피해 지역에서 범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총으로 위협당하며 약탈과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경비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는 야간에 총을 든 강도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마우이섬 라하이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맷 롭은 인사이더에 "경찰이 몇 명 있고, 군인은 그보다 적게 있는데 밤에는 사람들이 총으로 위협받으며 강도를 당한다"며 "지원은 어디에 있나. 우리 정부와 지도자들이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BC방송의 계열사인 하와이 KITV 방송에 따르면 마우이 주민들은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식과 옷 같은 보급품을 여기저기서 도둑맞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물과 음식, 가정용품과 의류를 기부하기 위해 마우이에 오자마자 강도를 당한 사람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경찰서장은 강도 범죄 증가에 대해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관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아직 이 같은 강도 행위에 대한 정식 신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하와이에 강도만 늘어난 것이 아니었다.

잿더미가 된 땅을 사들여 리조트 등으로 개발해 큰돈을 벌려는 부동산 땅 투기꾼들의 움직임도 부쩍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교회서 눈물 흘리는 하와이 주민들 (마우이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카훌루이의 한 교회에서 주민들이 서로를 껴안고 있다. 지난 8일 하와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최소 93명이 사망하고 약 60억 달러(약 7초9천900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23.08.14 ddy04002@yna.co.kr

NBC뉴스는 산불 피해지역 생존 주민들에게 하와이의 땅이나 집 등을 사겠다는 부동산 업자들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하이나 주민인 티아레 로런스는 MSNBC에 "(그들의 전화는) 완전히 역겹다"라며 "라하이나는 매물로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우이 주민들은 화재 복구 이후 이곳에 계속 살 수 있을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라하이나 지역은 가뜩이나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서 유명한 관광지였기에 현지 주민들은 이전부터 개발 압력에 시달려 왔는데, 이번 대형 화재로 주거지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한 상황에서 외지의 대규모 개발 세력이 들어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곳 주민들은 NYT에 "라하이나 지역이 복구 이후 대기업이 소유한 고가 브랜드로 가득 찬 와이키키 해변처럼 바뀌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마우이섬 산불이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를 두고 현지 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하와이섬의 대형 전력회사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집중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CNN 방송은 화재 참사와 관련해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와 그 자회사 3곳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하와이에 등장한 '관광객 출입 금지' 표지판 (라하이나[美하와이주]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관광객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외신은 이재민들이 피서를 즐기는 일부 관광객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하이나 카운티 관리들에 따르면 임시 거처가 필요한 이재민이 4천500명에 달한다. 2023.08.14 besthope@yna.co.kr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거주하는 한 부부가 지난 12일 이들 전력회사를 상대로 중과실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강풍이 마우이섬에 불어닥쳤을 때 송전선이 끊겨 날리면서 스파크를 일으켜 산불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라하이나에 화재가 시작되기 전 강풍과 산불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위험을 알면서도 전력을 차단하는 등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고는 "송전선들이 주택과 건물, 교회, 학교, 역사·문화 유적지를 파괴한 빠르고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라하이나 산불을 일으켰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원고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자신들이 제기한 소송을 이번 산불로 재산을 잃었거나 다친 모든 주민을 당사자로 하는 집단소송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와이 산불로 파손된 전신주 수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8일 마우이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하와이 근처를 지나간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최고 시속 129㎞의 돌풍이 불어 산불이 삽시간에 라하이나 마을 등지를 덮쳤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도 전력이 공급되는 송전선이 도로로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아직 산불의 공식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소송 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짐 켈리 부사장은 "당장은 마우이의 비상 대응을 지원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전력을 복구하는 것에 주력하겠다"며 "지금으로선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우리는 주와 카운티의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어느덧 99명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직 피해 지역 수색은 25% 정도만 진행됐기에 사망자 수는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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