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원자재·이자부담 눈덩이···"10년 버텼지만 이젠 포기" 눈물의 폐업
"기업인 체감경기는 밑바닥" 울분
납품대금 제때 못 받아 돈줄 막혀
법인 파산신청 매달 100~120건
'코로나 대출' 상환유예 종료 앞둬
경영부담 늘어 '도미노 폐업' 우려
경기도 김포에서 창호·발코니 생산 업체를 운영하는 장 모 씨는 올해 5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2012년부터 10여 년간 숱한 상황을 이겨내며 회사를 잘 이끌어왔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위기를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하던 건설사로부터 수십억 원의 납품 대금을 받아야 했지만 얼어붙은 건설 경기로 건설사들에 위기가 닥치면서 납품처 또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꽉 막힌 자금 사정에도 매달 은행에 내야 할 이자는 불어났고 높아진 금리로 인해 추가 대출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버티지 못한 그는 파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한 채권 기관 관계자는 “회사 대표는 처음에는 재기할 의지가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업을 이어나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본 것 같다”며 “현재 유동성이 줄어든 시장 상황에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15일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기업들의 파산 신청을 경기 악화, 고금리의 이중고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경기 침체”라는 하소연이 적지 않게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원자재 가격 부담에다 이자비용까지 솟구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기업들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 하반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다음 달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까지 끝날 예정이어서 파산에 내몰리는 기업이 크게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치인 724건으로 회생 신청과의 차이가 38건에 불과하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파산이 회생을 넘어섰던 적은 한 차례도 없었지만 올해 처음으로 웃도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파산은 회사 자체를 말소시키는 것을 뜻하지만 회생은 채무를 갚아나가고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을 뜻한다. 즉 파산이 회생보다 많다는 것은 빚을 갚고 재기에 나서는 것보다 사업을 중단하는 게 더 낫다는 의미다. 그만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보는 기업인들이 많다는 얘기다.
기업인들은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고금리를 꼽는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5.25%로 지난해 말의 4.44%보다 0.81%포인트 올랐다. 연 5% 이상인 대출 비중 또한 지난해 말 28.8%에서 올 2분기 57.1%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약 953조 원에 이르렀는데 금리까지 상승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침체된 경기 상황 또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올 상반기 체감경기가 보통이라는 응답은 52.4%였으며 악화됐다는 답변은 37%, 호전됐다는 의견은 10.6% 등으로 나타났다. 매출 규모가 10억 원 미만인 영세 기업들의 경우 경기가 악화됐다고 평가한 곳은 57.1%에 달했다. 내수 경제의 예상 회복 시점 또한 중소기업의 50.8%가 2025년 이후라고 답했다.
특히 다음 달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의 종료를 앞둔 상황은 우려를 더하는 요소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는 2020년 4월 처음 시작됐으며 다섯 차례 연장된 바 있다. 이를 이용 중인 대출 규모는 약 85조 원인데 추가 조치가 없으면 한꺼번에 부실이 쏟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소기업 등을 포함해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난 상태”라며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와중에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나 도산 기업들이 쏟아져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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