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반도체법 1년...K배터리·반도체 몸값 올랐지만 ‘고래싸움 눈치’

이재덕 기자 2023. 8. 1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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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전용 헬기 ‘마린 원’에서 내려 집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Photo by Kent Nishimura)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배터리·반도체 등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CHIPS Act)’이 이달 들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한국 배터리·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의 ‘러브콜’을 받는 등 몸값이 올랐지만, 미·중 갈등이 깊어질수록 이들의 경영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IRA는 오는 16일 시행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IRA는 북미에서 제조된 전기차 중에서 배터리 핵심 광물·부품 요건을 충족한 차량에만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특히 IRA는 배터리 핵심 광물을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과 관련된 해외우려기관(FEOC)에서 조달하는 것을 금지한다. 시행 1년이 되도록 미 정부가 구체적인 FEOC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서 기업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FEOC 가이드라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리튬·니켈·코발트·흑연 등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황산코발트·황산망간(77.6%)의 중국 의존도가 경쟁국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제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중국의 어떤 기업과 거래가 가능한지, 어느 정도 수준에서 거래를 할 수 있는지 FEOC 지침이 나와야 하는데 계속 미뤄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리스크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기업과 합작해 국내에 전구체·양극재 공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예컨대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전북 새만금에 전구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가공할 경우, 해당 배터리를 채택한 미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도록 한 IRA 지침에 따른 일종의 ‘전략적 합작’이다.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기업의 공급망 구축에 중국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일단 협력의 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며 “FEOC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나온 뒤에는 그에 맞춰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보는 미국 내 시각이 곱지 않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는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길 원하지만, 한국·중국 기업들이 (IRA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참호’를 구축하면서 공급망 재편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가 향후 가이드라인에서 이 같은 방식의 합작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LG화학이 합작사의 화유코발트 지분을 전량 인수할 위험이 따른다.

또한 지난 9일로 시행 1주년을 맞은 반도체법 역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패키징·연구 시설 등을 짓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향후 10년간 중국 공장 투자가 제한된다. 반대로 중국도 미국의 규제에 맞서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갈륨 등의 수출을 통제키로 했다. 이에 국내 업체들로선 차세대 반도체로 꼽히는 질화갈륨 기반 반도체 개발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중 반도체 분쟁의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여러 변수나 가능성을 두고 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미·중 양쪽 눈치를 봐야 해서 투자에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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