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외교 장관 “러 병력 우크라 투입하며 우리쪽 국경은 텅 비었다”
지난 4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된 핀란드의 엘리나 발토넨 외교부 장관은 파이낸셜 타임스(FT)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핀란드와의 국경에 배치한 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텅 비었다(pretty empty)”라고 말했다.
발토넨 외교부 장관은 14일 인터뷰에서 “(핀란드와의 국경에) 병력을 강화하겠다고 한 러시아의 위협은 지난 4월 NATO에 가입한 이래 예견됐던 것이지만, 이에 대해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불법적인 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에, 우리 쪽 국경은 텅 비었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수십 년간 중립 노선을 유지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작년 9월 81%의 핀란드 국민이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핀란드는 4월 4일 31번째 NATO 회원국이 되는 가입 절차를 마무리했다. 핀란드ㆍ러시아 간 국경선은 1340㎞에 달해, 핀란드의 나토 가입만으로도 나토ㆍ러시아간 국경선은 하루 아침에 배(倍)인 2500㎞가 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핑계의 하나로 나토의 국경선이 계속 동쪽으로 확장되는 것을 들고 있다. 핀란드가 나토에 공식 가입한 직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나토와 접한 서쪽, 북서쪽 지역에 대한 군사적 능력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취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발토넨 장관은 “러시아가 지난 18개월 간 우리와의 국경에서 계속 우크라이나로 병력을 빼 간 사실은 나토 확장이 러시아에 위협적이라는 주장을 훼손하는 결과가 됐다”며 “만약 우리가 위협적이라면, 다른 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라도 병력을 빼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9일 국방 관련 전체 회의에서도 “핀란드, (곧 있을)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심각한 불안정 요소”라며 “”핀란드 영토에 나토군이 추가로 배치되고, 러시아 북서 지역의 주요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나토 무기가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유례없는 군사 지원으로 하면서, 러시아에 대해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발토넨 장관은 “나토 가입은 군사ㆍ정치적 측면보다도 핀란드인의 생각(mindset) 면에서 주로 영향을 미쳤다”며 “이제 사람들이 러시아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서 보다 솔직하고 자유로워졌다. 우리는 이제 완벽하게 서방이 됐고, 러시아와 협상할 필요가 없게 됐다. 많은 것이 자유로워졌다”고 FT에 말했다. 발토넨 외무장관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승리해 제1당이 된 국민연합당 소속으로, 국민연합당은 핀인당(Finns Party), 스웨덴인당, 기독교민주당과 함께 지난 6월 20일 우파 연정을 구성했다.
핀란드의 상비군 규모는 2만4000명이지만, 전시 동원 병력은 28만 명, 예비군은 87만 명에 달한다.
핀란드는 2차 대전 중이던 1939년 11월부터 1940년 3월까지 소련이 25개 사단, 54만 명을 동원해 일으킨 ‘겨울 전쟁’에서 병력ㆍ항공기ㆍ전차ㆍ포 등의 압도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삼림과 협소한 진격로, 혹독한 추위 등의 자연 조건을 이용해 소련군에 막대한 패배를 안겼다.
그러나 소련군은 1940년 봄이 되자 추가로 90만 명을 투입해 총공격을 했고, 핀란드군은 군수물자가 바닥날 정도까지 싸우고 전체 병력의 20% 이상을 잃는 사투 끝에 그해 3월 13일 모스크바 평화조약을 맺고 항복했다.
겨울 전쟁이 끝났을 때, 핀란드군에선 2만5904명(2005년 최종 집계)의 전사ㆍ행방불명자가 발생했다. 소련의 공식적인 전사자 통계는 4만8475명(1940년)이었지만, 이후 러시아 학자들이 밝힌 연구에서 전사ㆍ행불자 수는 계속 늘어났다. 2013년 러시아 국방부 자료를 근거한 한 러시아 학자의 연구에선 16만7976명으로 확대됐다.
평화 조약으로 핀란드는 영토의 11%, 산업 능력의 10%를 소련에 넘겨줬지만, 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는 달리 소련에 흡수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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