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건물에 '새 숨'···골목 살리는 소통 공간 되죠"
서울 송정동 4층 빌라 개조후
신생 브랜드등 입점으로 탈바꿈
입소문에 방문자·주민 교류 급증
건물주·임차인 모두 성공이 목표
낙후 지역 재생·상생 모델 됐으면
‘오래되거나 방치된 건물을 1유로(약 1460원)에 빌려주면서 낡은 공간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다시 사람들로 붐비게 하는 도시재생 프로젝트.’ 올해 2월 서울 성동구 송정동에 자리한 낡은 4층 빌라에서 시작된 ‘1유로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 한 줄로 1유로 프로젝트를 제대로 표현하기는 역부족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1유로 프로젝트는 정부가 도시 내 방치된 빈집을 민간에 1유로에 임대해 도시가 슬럼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업이다. 송정동의 1유로 프로젝트는 낙후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도시재생의 중심축이자 지역 주민들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목표로 한다. 또 지역 밖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화려한 상업 공간이자 방문자들에게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면모도 보인다. 동시에 입점한 신생 브랜드를 키우는 인큐베이팅 공간의 역할까지 한다. 이 공간 실험은 도시재생 전문가이자 건축가인 최성욱 로컬퓨처스 대표와 현명한 투자를 고민하던 건물주 정은미 블룸앤코 대표가 의기투합하면서 한국에 처음 도입됐다. 어느새 오픈 6개월을 지나고 있는 1유로 프로젝트 건물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두 사람에 따르면 1유로 프로젝트는 7단계 중 5단계에 들어섰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자체 검토와 건물주 설득 및 공간 확보라는 초기 단계를 거쳐 브랜드를 선정해 공간을 세팅한 후 오픈하는 3·4단계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 대표는 “지금은 내부 시스템의 안정화를 꾀하는 5단계를 진행하며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네트워킹을 하는 6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17개나 되는 브랜드의 요구 사항을 조율하고 공간 전체의 운영 원칙과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오픈 이틀 만에 2500명 이상이 몰려 건물이 무너질까 봐 걱정했다”는 그들의 말처럼 금세 송정동의 랜드마크가 된 1유로 프로젝트지만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사실은 지금도 계속 배우고 부딪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최 대표는 “1유로 프로젝트에 관여한 40~50명이 모두 모인 온라인 채팅방에는 매일 크고 작은 대소사가 올라오고 매달 1회 모든 브랜드가 참여하는 반상회도 연다”며 “1유로 프로젝트가 마주한 이슈를 모두 공유하고 결정도 함께 하는 구조”라고 했다. 쉽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즐거움도 넘친다. 정 대표는 “젊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꿈이 한 공간에 모이고 매일 재미있는 발상과 아이디어가 바쁘게 오가는데, 보기만 해도 즐겁다”며 “구성원 모두가 때로는 한동네에서 함께 사는 주민들 같고 때로는 회사 동료 같아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1유로 프로젝트 안에서 꾸는 꿈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르면서 같다. 예컨대 최 대표에게는 1유로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여러 삶의 방식을 선보이고 싶다는 개인적 목표가 있다. 친환경 제로 웨이스트 상점 ‘배럴얼스’, 도심 속 정원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서울가드닝클럽’, 강릉 바다를 욕조로 옮겨 물결 속 오롯한 쉼을 누리게 하는 프라이빗 스파 ‘위크엔더스 바쓰’ 등 심사숙고 끝에 선택된 1유로 프로젝트 속 브랜드가 그가 제안하는 다른 삶의 방식이다. 최 대표는 “우리 사회는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은 의외로 비슷하다”며 “다양하고 재미있는 라이프스타일을 계속 보여주며 ‘꼭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정 대표는 신생 브랜드의 성장을 돕는 인큐베이팅에 관심이 높다.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 전문가들과 입점 브랜드 간의 멘토링도 추진 중이다. 그는 “나이가 들어가며 이제는 내가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젊은 세대를 위해 한발 물러나 서포터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1유로 프로젝트를 만났다”며 “지역 주민들의 무언가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도 높이며 함께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좋은 선례를 발굴하고 싶다”고 했다.
이 밖에도 건축가와 건물주로서 제각각 목표하는 바는 있지만 둘 모두 1유로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성공 모델을 고유명사처럼 뿌리내리게 하고 싶다는 건 공통된 마음이다. 최 대표는 “입점 브랜드는 초기 투자 비용을 절감해 선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고 건물주 입장에서는 도시가 살아남으로써 다양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며 “이상과 현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실험을 성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정 대표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최 대표와 저의 공통점은 길게 본다는 것 같아요. 1유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자선사업이냐고 묻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저는 항상 ‘그저 길게 보는 것일 뿐’이라고 답을 했죠. 1유로 프로젝트 실험이 성공해 지역 가치가 높아진다면, 그렇게 1유로 프로젝트가 새로운 상생 모델로 어떤 귀감이 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괜찮은 투자가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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