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도 사람 못구해"…'중후장대' 인력난
포스코 600명·현대重 200명↓
'무한채용' 한화오션도 감소
제조업, 우수 엔지니어 확보전
수도권에 R&D 근무 거점 마련
HD현대·현대제철도 판교行
조선·철강 등 소위 중후장대 산업이 장기간 업황 부진에서 벗어나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30대에서 지방 근무를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구직자들이 지방에 사업장을 둔 제조업체를 기피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한국 산업의 근간인 주요 제조업체들은 수도권에 설계,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고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15일 각 사들이 제출한 올 2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현대자동차, 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들의 직원(정직원) 수는 올해 들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별로 작년 말과 올해 6월 말 직원 수를 살펴보면 포스코는 1만7107명에서 1만6589명, HD현대중공업은 1만2287명에서 1만2090명, 삼성중공업은 8556명에서 8501명으로 줄었다.
이들 기업은 최근 업황 전환(턴어라운드)으로 실적이 개선 추세인 곳이라 인력 감소가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포스코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21조5985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구직자들이 포항, 광양 등 포스코 생산거점이 있는 지방 근무를 꺼리고 있어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다.
울산, 거제 등 해안과 인접한 지역에 생산거점을 두고 있는 조선업계도 인력 확보에 난항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은 올 1분기에 22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오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났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2분기에 흑자전환했고, 올해 들어 76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일감이 급격히 늘면서 인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인데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터라 조선업계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범위를 넓혀 작년 상반기 말과 비교하면 300명이 넘는 직원이 1년 새 회사를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5월 한화그룹에 편입된 이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무제한 인력 채용' 방침에 따라 인재 확보에 박차를 가했지만 올 6월 말 직원은 작년 말보다 55명 감소한 824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방에 사업장을 둔 제조업체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현대차 직원 수는 반년 새 1800여 명 감소했다. 올해 신한울 3·4호기를 수주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직원도 4510명에서 4449명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들 제조기업은 우수 엔지니어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설계, R&D 거점을 마련하고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근무 여건이 좋은 경기 성남 판교 등지에 설계·R&D센터를 두고 고급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HD현대중공업 모회사인 HD현대는 작년 말 판교에 본사 건물을 신축하고 그동안 서울, 울산, 전남 영암 등으로 분산됐던 R&D 인력을 불러모았다. 포스코그룹도 R&D센터 격인 미래기술연구원 일부 조직을 수도권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현대제철도 지난 1월 3일 양재동 등 서울 곳곳에 분산돼 있던 사무실을 모아 성남 그레이츠 판교(옛 크래프톤타워)로 이전했다. 국내 철강회사가 판교에 입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산그룹도 2020년 경기 정자동에 27층 규모 신사옥을 건설해 두산에너빌리티, (주)두산, 두산밥캣, 두산큐벡스 등이 입주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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