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새만금 잼버리, 첫 사업비 산정부터 ‘주먹구구’

김승환 2023. 8. 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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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업비 491억 책정 불구
유치 3년 지나 1190억원 요청
잦은 증액에 누더기 집행 지적
기반시설비 등 이유 증액 요구… “당초 왜 예측 못했나”
사업비 변경 사유들 설득력 빈약
여가부, 전북도 변경안 대폭 수용
자체 수입 < 공적재원 비중 ‘역전’
조직위 사무총장 고액 보수 ‘눈총’
한해 1억6000만원… 부총리보다 ↑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총 1130억원에 달하는 예산 집행의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초 잼버리 개최 계획 수립 당시 사업비 예상액이 터무니없이 부실하게 산출되면서 증액 요구가 잦아졌고 결국 사업비가 누더기로 집행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북도와 여성가족부는 대회 유치 이후 3년여가 지난 시점에 “개최 계획 수립 당시에는 사업계획 체계화 등을 할 수 없었다”며 기획재정부에 기존 사업비 대비 무려 140% 넘는 증액을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각국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여가부의 ‘국제행사 개최 변경계획서 제출(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업변경)’ 자료 등에 따르면 여가부는 2020년 8월 기재부에 잼버리 사업 변경 계획서를 제출하면서 총 사업비를 기존 491억원에서 1190억원으로 699억원 증액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증액분은 기존 사업비 대비 142.4%에 달하는 액수다. 이는 여가부와 함께 잼버리 대회를 주관한 전북도가 신청한 뒤 여가부가 자체 심사를 거쳐 기재부에 요청한 내역이다.

여가부는 당시 증액 요청과 함께 제출한 사업계획 변경사유서에서 기존 사업비 책정액 491억원에 대해 “개최 계획 수립 당시에는 사업계획 체계화 등을 할 수 없어 정확한 예산 파악의 한계로 인해 개략적 사업비를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액 요청 사유에 대해 “공약 사항 이행, 프레잼버리 개최, 사업계획 구체화, 기반 시설 설치, 대집회장 조성, 영외(직소천) 과정활동장 조성 등 변경 사항이 발생해 예산이 증가함에 따라 사업 변경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공약 사항 이행’이나 ‘기반 시설 설치’, ‘대집회장 조성’, ‘영외 과정활동장 조성’ 등은 개최 확정 전부터 충분히 예상 가능한 항목인 터라 갑작스러운 변동 사유라고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연스레 당시 대회를 추진한 전북도나 여가부 등이 애초에 이 사업을 띄우기 위해 최초 사업비를 의도적으로 과소 산정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더욱이 증액 요청 사유 중 하나인 프레잼버리의 경우 지난해 8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기반 시설 준비 미비 등 사유로 취소됐다.
벨기에 잼버리 대표단이 지난 1일 물웅덩이 위의 플라스틱 팰릿(팔레트)에서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벨기에 잼버리 대표단 인스타그램
사전행사 성격인 프레잼버리가 취소되면서 잼버리 파행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평이 나오는 터다.

여가부는 당시 잼버리 사업계획 변경에 대한 자체 심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그 결과를 살펴보면 사실상 전북도의 사업비 증액 요구에 맞장구치는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었다. 여가부는 기재부에 제출한 사업계획 변경 심사 결과 자료에서 “당초 개최 계획으로는 세계 170여개국 5만여명이 참여하는 글로벌 국제 행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사업 변경이 필요하다”며 “변경 내용은 행사 성격 및 규모상 적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잼버리 사업의 자체 수입을 늘려서 책정하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여가부는 “재원 충당을 위해 자체 수입을 당초 310억원보다 46억원이 늘어난 356억원으로 책정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699억원이 부족하므로 공적 재원 투입이 필요하다”고 기재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왼쪽)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잼버리 개최와 관련한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자체 수입 책정은 전체 사업비 내 비중을 따져 보면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기존 사업비 내 자체 수입 비중은 63.1%나 됐지만, 전북도·여가부가 당시 변경 요청한 사업비 기준으로 보면 그 비중이 30%로 쪼그라드는 수준이었다. 여가부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당시 인지하고 있었다. 여가부는 심사 결과 자료에서 “공적 재원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로 변경됐지만, 본 행사의 성공적 개최는 국격 제고, 국내 청소년의 글로벌 역량 강화, 지역 발전 및 국가 균형발전 등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므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재정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증액 요구로 애초 증액 요청 액수에는 못 미치지만 그해 기존 사업비 대비 72.3% 수준인 355억원 증액된 846억원이 배정됐다. 이후 수차례 증액이 이뤄지면서 대회 직전 기준 사업비가 1130억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2020년 전북도·여가부가 요구했던 총 사업비(1190억원)에 근접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최초 계획의 부실한 수립과 잦은 증액이 사업비의 방만한 집행을 야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중되는 가운데 잼버리 조직위원회 고위직의 고액 보수가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1년간 1억6000만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부총리나 장관 등 정부 고위직 연봉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최창행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조직위로부터 제출받은 예산안에 따르면 최 사무총장은 1억815만원의 본봉과 1800만원의 업무수행경비, 1140만원의 직무활동비, 1081만원의 명절휴가비 등을 모두 합쳐 1년간 약 1억6324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기준 수당 제외 부총리의 연봉인 약 1억4343만원이나 장관급 연봉 약 1억3941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사무총장 아래의 조직위직 제2급 전문직도 본봉과 업무수행경비, 복리후생비, 명절휴가비, 연차수당 등을 합쳐 1년간 8923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조직위 고위직에 이처럼 고액의 보수가 지급된 사실이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조직위가 관리·감독이 허술한 틈을 타 인건비를 과도하게 집행해 온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직위는 잼버리가 끝난 뒤에도 마무리 작업과 백서 작성 등으로 내년 6월까지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한 예산을 인건비로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환·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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