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 손자도 국민 생선 고등어 먹을 수 있으려면
우리나라는 수산물 소비량이 많다. 국민 1인당 연간 68.4㎏을 소비해 67.0㎏인 쌀이나 66.2㎏인 육류보다 많다. 2011년 52.6㎏이었던 것에 비하면 24% 이상 늘어난 셈이다. 수산물 소비 증가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2010년 세계 수산물 부족량이 940만t이었지만 2030년엔 9200만t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채산성 악화는 세계 각국이 당면한 수산물 공급 감소 요인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유독 우리나라에는 더 큰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바로 수산물 생산의 주체인 어업인의 감소다. 수산물은 재생 가능한 생물자원인 만큼 수산자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기르는 양식업을 발전시킨다면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를 모두 맞추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충족이 가능하다.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2012년 15만3106명이던 우리나라 어가인구는 2021년 9만3798명으로 줄었다. 더 암울한 것은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하기를 꺼려 어촌의 고령화율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20년 후에는 식탁에서 멸치볶음, 미역국, 김자반, 고등어구이 같은 먹거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부족한 만큼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고 말하는 이도 있겠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수산물을 더 먹기 시작한 마당이니 쉽지 않다. 수입할 수 있는 수산물은 제한되고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명태다. 국민 생선이라고 불릴 만큼 우리 연근해에서 많이 잡히던 명태가 지금은 자취를 감춰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수입하는 생선이 되었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수산물을 우리 자손들이 지금처럼 쉽게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청년들이 어촌에 정착하고 수산업에 종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MZ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의 특성에 맞춰 수산업 생태계를 그들이 정착해 생활할 만한 환경으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수산업은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배라는 특정한 좁은 공간에서 선원들은 평일과 휴일 구분 없이 바다의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했다. 양식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MZ세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환경이다.
수산업이 MZ세대의 선택을 받으려면 그런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 빅데이터 기술과 인공지능을 적용해 어업과 양식의 생산 방식을 고도화, 자율화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다양한 융합 기술을 수산업에 접목해 일부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자율주행 어선과 자동화된 어구들을 써서 노동력 투입을 줄이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작업의 위험도를 낮춰야 한다. 경험에 의존하던 양식장도 빅데이터 기반 자율운영으로 바꾸고 바다가 아닌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컴퓨터로 양식장을 관리하는 스마트 양식장을 발전시켜야 한다. 수산업의 기술적 발전과 변화된 환경에 맞춰 교육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다양한 산업 분야와 융합하고 졸업 후엔 자연스럽게 생산현장에 적응하도록 현장 친화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임한규 국립목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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