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겁나”… 인천 쪽방촌, 에어컨 ‘그림의 떡’
에너지바우처 지원사업 홍보 부족
방문·정보·이용 안내 함께 제공해야
“에어컨이 있어도 전기요금이 무서워 ‘찜통방’에 있습니다.”
15일 오후 1시께 인천 중구 북성동 쪽방촌. 주민 김은임씨(81)의 얼굴에서는 쉴 새 없이 땀방울이 흐르고 있었다. 이날 실내 온도는 31도(체감온도 32도)로, 열기가 가득했지만 김씨는 에어컨을 틀지 않고 바닥에 누워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김씨는 “2년 전 지인이 선물한 에어컨이 있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금으로 살아가는 형편이라 전기요금이 무서워 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동구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쪽방촌도 상황은 마찬가지. 노인들은 에어컨을 틀지 않고 문을 열고 있거나 공터 평상에 나와 더위를 쫓고 있었다. 주민 이정자씨(가명·76)는 “집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만 기요금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낮에도 밤에도 선풍기로 버티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인천 쪽방촌 주민들이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서도 전기요금 부담으로 에어컨을 켜지 못한 상태에서 극한의 여름나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올해 쪽방상담소를 통해 모은 기부금 1천만원으로 쪽방촌 주민 17가구에게 에어컨을 지원했다. 하지만 쪽방촌 주민들에게 에어컨은 ‘관상용’에 불과하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쪽방촌 가구 10곳은 모두 에어컨은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정부는 에너지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7~9월까지 취약계층을 포함한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의 전기요금을 1인 가구 기준 3만1천300원까지 자동 차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에 취약한 쪽방촌 노인들은 이 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인천시 등이 에너지바우처 지원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 취약 계층들의 에어컨 사용을 독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취약계층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에어컨·에너지바우처 등을 지원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 직접 방문, 정보 제공과 이용 안내도 함께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는 폭염을 대비해 기초수급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에게 냉방비 특별 지원금 5만원을 지급하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전기요금 걱정을 하지 않도록 더욱 꼼꼼하게 안내했어야 했는데 부족했다. 가정방문 시 기후변화와 전기요금 감면 등을 자세하게 안내해 쪽방촌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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