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망’ 아르헨티나, 대선 전초전서 ‘장기매매 허용’ 극우후보 1위

최서은 기자 2023. 8. 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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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기준금리 100% 넘어
유권자들, 기존 정치권에 분노 표출
아르헨티나 극우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후보가 예비 선거 결과를 축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예비선거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의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아르헨티나 정치 판도를 뒤흔들었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비주류인 극우성향 정당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52) 하원 의원이 30.0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진보 성향의 집권 여당 소속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21.40%로 2위를 차지했고, 보수 성향의 제1야권 후보 2명이 16.98%와 11.29%로 각각 3, 4위로 뒤를 이었다. 우파 후보가 연합하면 여당은 3위로 밀리게 된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이번 선거 결과는 아르헨티나 정치권에 충격을 안겼다. 정치 컨설턴트 파블로 토우손은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결과는 밀레이 후보 자신에게도 놀라울 것”이라고 말했다.

밀레이 후보는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우리가 진정한 야당이다”라며 “항상 실패했던 똑같은 낡은 방식으로는 다른 아르헨티나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선에서 승리해 이 나라에 기생하며 도둑질하는 쓸모없는 정치 계급을 종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연합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치러진 이번 예비선거는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선거로, 여기에서 각 연합의 선두 후보가 대선 주자로 나서게 된다. 이 때문에 보통 예비선거는 유권자 표심을 직접 확인해볼 기회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예비선거 결과는 대체로 본선 결과와 일치했다.

실제 대선에서 밀레이 후보가 당선되면 아르헨티나의 국가 정책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공식 화폐를 달러화로 대체하자고 주장해왔다. 또 공기업 민영화, 정부 부처 및 재정 지출 삭감, 임신중단법 폐지 등을 내세웠다.

심지어 그는 장기매매 허용을 주장했고,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거나 “성교육은 가족 파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대선에 나선 부통령 후보 빅토리아 비야루엘 하원 의원 역시 “독재 정권 시기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밀레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을 내세우며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도 불린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견됐던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도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는 각각 ‘공화당’과 ‘군대’라는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이 있었던 것과는 달리, 비주류 세력인 밀레이 후보는 지원 받을 곳이 별로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밀레이 후보에게 변화의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100%를 넘는 물가상승률과 인구의 거의 40%가 빈곤한 상태에 빠진 심각한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 기준 115%를 넘어섰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14일 기준금리는 118%로 상향됐다. 아르헨티나 기준금리가 세자릿수가 된 건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그러나 페소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기준금리를 올리는 정책기조가 1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와 환율 모두 잡히지 않고 있다.

오는 10월 치러질 아르헨티나 대선은 전 세계 극우 세력의 힘을 시험하는 새로운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핀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 강경 우파 정당이 세력을 확장해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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