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우크라이나 지뢰밭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6개월. 개전 초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가 선전했지만 반격은 지지부진하다. 우크라이나군이 미국, 유럽에서 무기를 지원받아 6월 초부터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반격 작전을 개시했을 때만 해도 러시아군이 대규모 피해를 입고 퇴각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전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CNN은 최근 서방 정보당국자들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의 여러 겹 방어선 중에 첫 번째 라인조차 돌파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막아선 최대 '난적'은 러시아의 스텔스 전투기나 초고음속 미사일과 같은 첨단 무기가 아니라 값싸고 오래된 무기, 지뢰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시작되기에 앞서 수비라인에 천문학적인 규모로 지뢰를 살포했다. 양국 국경을 따라 설치된 1200㎞ 지뢰 지대는 세계 최대 규모다.
지뢰는 1차 세계대전 때부터 보편화돼 100년이 지난 구식 무기다. 땅속에 묻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장기간 민간인의 목숨을 위협하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지난 1999년부터 대인지뢰금지협약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협약 가입국도 아니고 대전차 지뢰는 금지 대상도 아니어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지뢰밭으로 만들고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오랫동안 지뢰 폭발 위험 속에 살아가야 한다. 베트남, 캄보디아에서도 수십 년 전에 전쟁이 끝났는데도 아직 지뢰를 다 제거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6000만명의 인구가 상시적으로 지뢰 위협에 노출된 채 살아가고 있다.
잊고 살지만 우리나라도 지뢰 위험 국가다. 6·25전쟁 이후 냉전을 거치며 남북이 휴전선 인근에 촘촘하게 매설한 결과 100만발 넘게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지뢰가 대규모로 매설된 국가 중 유일한 선진국이기도 하다. 탐지로봇을 비롯한 첨단 지뢰 제거 장비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박만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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