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 여기는 ‘성장’, 기후정책 연구자 73%는 ‘녹색성장’ 반대
기후 정책을 연구하는 학자 중 70% 이상은 ‘성장’과 기후위기 대응 등 ‘지속가능성’이 양립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선 ‘비성장’, ‘탈성장’ 담론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서스테이너빌리티(Nature Sustainablity)’에는 지난 7일 이런 내용의 전문가 설문을 담은 ‘기후정책 연구자들 내 녹색성장 회의론의 그늘’ 연구가 실렸다. 논문 연구진은 2021년 9월 중순~12월 말 탄소 가격,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 기후 정책, 기후변화 완화 등을 주제로 적어도 한 편 이상의 논문을 쓴 연구자 764명에게 설문을 진행했다. 출신국 기준 78개국에서 환경·경제학, 자연과학, 정치학, 공학 등 분야의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했다.
논문은 연구자들에게 녹색 성장, 비성장, 탈성장 중 어떤 것을 지지하냐고 물었다. 녹색성장은 ‘GDP(국내총생산)는 성장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환경 훼손을 줄이자’는 주장이다. 탈성장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며, 지속할 수 있고 정의로운 사회를 달성하기 위해 고소득 국가에서 물질 소비와 경제활동을 의도적이고 공평하게 줄이자’는 담론이다. 비성장은 ‘경제성장을 사회 발전으로 여기지 말고, 경제 성장 자체에 관심을 끈 뒤 사회·환경적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많은 연구자가 그간 당연히 ‘선(善)’으로 받아들였던 성장 개념에 물음표를 던졌다. 연구자 중 녹색성장을 지지하는 사람은 207명(27.1%)에 불과했다. 비성장을 지지하는 연구자는 342명(44.8%), 탈성장을 지지하는 연구자는 215명(28.1%)이었다. 논문은 “녹색성장 회의론은 연구자 공동체에서 만연했다”라며 “연구 분야, 출신국에 따라서는 차이가 컸다”라고 말했다
연구 분야별로 보면 사회과학 분야에서 녹색성장론 지지자 비중이 약 15%로 가장 적었다. 약 47%는 비성장, 38%는 탈성장을 지지했다. 경제학은 녹색성장을 지지하는 쪽이 34.5%, 공학 등 응용과학은 37.6%였다. 비성장과 탈성장은 경제학이 65.5%, 공학이 62.4%를 지지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출신 연구자와 북아메리카를 제외한 비OECD 국가 출신 연구자는 견해차가 컸다. 유럽연합(EU)과 다른 OECD 국가들에서는 ‘녹색성장’ 회의론 비율이 각각 86.1%, 84.3%에 달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국인 브릭스(BRICS)와 다른 비OECD 국가 출신 학자들은 각각 56.7%, 57.9%가 녹색 성장론을 지지했다. 논문은 “응답자 출신국의 1인당 GDP가 커질수록 녹색성장 회의론이 느는 결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명확하게 드러났다”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소득이 일정 수준까지 증가하면 추가로 성장하는데 드는 사회적·환경적 비용이 혜택을 초과할 수 있어서 GDP 증가를 우선시하는 게 잘못됐다는 의견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며 “사회의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면 지구의 한계 내에 머물기 위한 노력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강력한 지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 담론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연구진은 “정책수단 측면에서 녹색 성장론자는 ‘보조금’을 선호하고 탈성장론자들은 ‘직접 규제’를 선호한다”라며 “녹색 성장 패러다임을 넘어서서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더욱 포괄적이고 다양한 담론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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