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운동하다 퇴학당한 학생운동가, '세상에서 제일 늦은 졸업식'서 남긴 말은

박소영 2023. 8. 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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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단상에 선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이 떠올린 78년 전,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모습이다.

이날 행사는 좀 특별했는데, 어두운 단상에 선 김 선생은 10대 후반 남학생 모습으로 검정 학생모를 쓰고 하얀 반팔 교복 차림인 데 반해 단상 아래 동료들은 중년·노년으로 학사모를 쓴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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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그레, 광복절 맞아 졸업식 영상 공개
항일운동으로 학업 못 마친 학생운동가 위해
AI로 앨범 만들고 홀로그램으로 졸업생 대표 구현
빙그레가 15일 자사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졸업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학생 독립운동가의 졸업사'의 한 장면.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이 졸업사를 낭독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나는 기분이 좋아 자전거 타고 달렸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감격에 만나는 이마다 '독립했습니다' 하고 껴안고 울었습니다."
김찬도,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졸업사 중

7월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단상에 선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이 떠올린 78년 전, 1945년 8월 15일 광복절 모습이다. 이날 행사는 좀 특별했는데, 어두운 단상에 선 김 선생은 10대 후반 남학생 모습으로 검정 학생모를 쓰고 하얀 반팔 교복 차림인 데 반해 단상 아래 동료들은 중년·노년으로 학사모를 쓴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날 졸업식에서 김 선생은 빙그레가 그의 학생 시절 사진 등을 바탕으로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모습이다. 단상까지 걸어나오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당당한 표정으로 졸업사를 읽는 모습까지 실제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또 다른 졸업생들은 학생 독립운동가들 후손이다. 빙그레는 국가보훈부 공훈 전자 사료관 내 퇴학기록과 복원 가능한 사진이 남아 있는 학생 독립운동가 중 후손 동의를 얻은 94명을 추렸다. 이후 인공지능(AI) 작업을 진행해 졸업 당시 모습을 되살려 만든 졸업 앨범과 졸업장을 후손에게 전달했다.

빙그레는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퇴학·정학 등 부당한 징계를 당해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가 2,596명"이라며 "학생으로서 마땅히 맞이해야 할 순간을 빼앗긴 그들을 위해 캠페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운동 이유로 학업 포기한 2,596명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에서 학생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학사모와 졸업 가운을 입고 독립운동가들의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들고 있다. 빙그레 제공

회사 측은 11일 이 과정을 담은 5분짜리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려 조회 수가 183만을 넘겼고, 광복절 당일에는 김 선생의 졸업사 전체 영상을 새로 공개했다. 졸업사 내용은 생전 그의 자서전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그는 수원고등농립학교에 다니던 1926년, 학생운동 단체 '건아단'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항일 학생운동의 선구자다.

하지만 재학 중 항일운동으로 경찰에 붙잡혀 퇴학당했다. 영상 속에서 그의 딸 김은경씨는 "아버지가 1928년 수원역에서 잡히자마자 서대문형무소로 갔고 바로 퇴학당하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1930년 치안유지법 위반 및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3년형을 언도받았고, 1990년에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고 1994년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졸업사에서 "작고해 해방과 독립을 보지 못한 동료"들에게도 인사를 남겼다. "동지여, 보고 있는가. 우리 대한민국이 독립을 했다. 우리가 목이 터져라 외치던 독립을 했어. 우리가 헛되지 않았음을, 틀리지 않았음을 이 대성한 대한민국이 이야기해주고 있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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