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펀드 희비…인도·베트남만 '방긋'
인도 공모펀드 2976억 몰려
베트남, 올 수익률 21% 껑충
저가매수 자금 유입 홍콩펀드
수익률 두 자릿수 마이너스
올해 미국, 유럽 시장 펀드에서 차익을 실현한 후 돈을 빼낸 투자자들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 시장 펀드로 돈을 넣고 있다. 다만 '차이나 리스크'로 인해 중국 펀드 수익률은 부진한 반면, 탈중국 수혜 지역으로 손꼽히는 인도, 베트남 펀드는 준수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인도, 베트남 공모펀드에 각각 2976억원, 468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인도, 베트남 공모펀드의 연중 평균 수익률은 각각 13.95%, 21.66%로 높은 편이다.
같은 기간 미국, 유럽 시장 펀드에선 각각 3052억원, 419억원 자금이 순유출됐다. 올해 증시가 급등한 미국 위주 시장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자금들이 향후 '먹을 것'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흥국 시장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특히 인도, 베트남 시장이 탈중국화로 인한 세계 공급망 재편의 수혜 지역으로 손꼽히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 투자금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수익률도 올랐다. 베트남 VN30지수와 인도 니프티(Nifty)50지수는 각각 연중 15.2%, 6.74% 상승했다. 니프티5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중국 외 인접 국가로 옮기는 '니어쇼어링' 현상으로 인해 인도, 베트남 기업들의 실적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인도 니프티50지수 소속 기업들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3개월 전보다 4% 상향됐다. 베트남 VN지수의 12개월 선행 EPS 전망치도 3개월 전 대비 7.4% 개선됐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은 정책 금리 인하, 소비 부양을 위한 부가가치세율 인하 등 경기 지원 정책을 시행 중"이라며 "인도 시장도 양호한 경기 전망과 더불어 미·중 갈등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가장 성과가 뛰어났던 인도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디아인프라섹터 펀드'로 연중 20.41% 수익률을 기록했다. 해당 펀드는 산업재 업종 비중이 51.84%로 압도적으로 높다. 인도는 높은 경제성장률이 기대되는 만큼 사회기반시설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종목들의 주가 상승 동력도 발생했다. 라센&투브로(8.22%), 인터글로브 에이비에이션(7.39%)의 비중이 가장 높다.
베트남 펀드 중에선 HDC자산운용의 'HDC베트남적립식 펀드'의 연중 수익률이 28.41%로 가장 좋았다. 해당 펀드는 베트남 종목에 투자하면서 베트남 당국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우량 기업의 지분 매각 입찰에도 참여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활용한다. 베트남외환은행(9.88%), 호아팟그룹(8.77%) 등 다양한 업종별 우량 기업들에 분산 투자한다.
올해 중국(본토 중심), 중화권(홍콩·대만 등 포함) 공모펀드에도 각각 2098억원, 1957억원의 많은 자금이 몰렸다. 다만 연중 수익률은 각각 -0.82%, -11.4%로 인도·베트남 펀드 대비 부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중화권 펀드에 돈이 몰린 것은 그동안 대표 지수, 주요 상장사 주가가 급락하면서 바닥을 찍었을 것이란 저가 매수 심리가 일부 유입됐기 때문"이라면서 "여전히 기술·성장주 위주의 홍콩 항셍지수는 주요 저항선인 2만선을 넘지 못하며 중국 증시는 불안정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공모펀드의 환금성이 낮은 게 우려되는 투자자라면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노려볼 만하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베트남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베트남VN30(합성)' ETF가 유일하다. 해당 ETF는 연중 27.61% 수익률을 기록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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