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코스트코… 사망사고 연달아 발생해도 언급 없는 신문은
지면 보도 없는 조선, 'SPC' 제목에 없는 동아
SPC그룹 안전 시스템 의문 제기되지만 다수 신문 '단건' 처리
코스트코 노동자 사망은 언급 없는 신문이 더 많아
국민일보 "두 노동자 사망, 익명성과 함께 '과거'로 떠밀려가는 듯"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SPC그룹, 코스트코 등 노동자 산재사고가 최근 두 달 사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난해 SPC 계열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한 이후 이번 사고가 난 공장에서만 끼임 사고가 3번 발생하는 등 SPC그룹 안전 시스템에 의문이 쏟아지지만 이를 지적하는 언론은 소수다. 코스트코에서 폭염 속 카트 및 주차 관리를 하다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지면에서 다루지 않은 신문도 많았다.
지난 9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SPC 계열사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 A씨가 반죽 기계에 끼였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튿날 숨졌다. 2인1조로 함께 일하던 노동자가 A씨 안전이 확보된 것으로 착각해 기계 작동 버튼을 눌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함께 작업한 노동자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입건됐고,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나섰다.
SPC그룹은 산재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안전 시스템에 의문이 제기되는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SPC 계열사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도 20대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져 'SPC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허영인 SPC 회장이 사고 이후 '1000억 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고가 발생한 성남 공장에서만 손가락 절단, 손 골절 등의 끼임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다수 신문에선 사안의 심각성이 잘 두드러지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지면 기준 이번 사망 사고를 아예 보도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년새 3차례 사고가 발생한 것과 노동자가 끝내 숨진 것 등 2차례 보도했지만 제목에서 'SPC'를 뺀 채 '성남 샤니 빵공장'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등은 단건으로 사망사고를 간단 처리했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카트 및 주차 관리를 하던 직원 B씨가 사망한 사고도 마찬가지다. B씨는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 매시간 카트 200대를 밀며 17km를 이동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망진단서상 사망원인이 처음 '폐색전증'이었다가 이후에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가 추가돼 코스트코 측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B씨 유족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휴게시간이 3시간당 15분인데 휴식 공간까지 가려면 왕복으로 9분이 걸려 그냥 주차장 한쪽에 쪼그려 앉아 쉬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코스트코 노동자 사망사고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지면에서 찾을 수 없었다.
산재사고의 지면 비중은 SPC그룹의 '홍보성' 기사보다 더 적은 모습이다. 조선일보는 SPC그룹 파리바게뜨가 수해 지역의 농산물을 대량 수매한 '착한 베이커리' 시리즈를 지난 2일 20면에 실었다. 한국경제는 지난 3일 SPC 계열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베스킨라빈스의 '독주'를 소개했다. 한국경제는 “이런 성장세는 매장형 아이스크림 시장에선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SPC가 참여한 재계의 '잼버리 지원'은 대부분의 신문에서 한 면 가득 실렸다. SPC그룹은 매일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 빵을 3만5000개씩 제공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등이 이를 지난 7일 2면 혹은 3면에 실었다.
지난해 SPC 계열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와 비슷한 보도 패턴이 반복됐다. 당시 SPC를 홍보하는 기사보다 사망사고 보도가 더 짧거나 늦게 나왔으며 노동 사고의 구조를 짚는 기사는 거의 없었다. 해당 사고를 보도하지 않거나 보도하더라도 이전의 같은 공장에서 일어났던 사고를 언급하지 않는 식이었다.
[관련 기사 : SPC 비극적 사고가 드러낸 '참사 구조' 외면한 언론은]
이런 가운데 일부 신문에선 SPC 관련 책임 촉구 사설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통상 12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하는 제빵 공장은 근무강도가 높은 일터로 꼽힌다. 성남 샤니 공장도 분기별로 2주만 빼고 나머지는 맞교대로 운영 중이라고 한다”고 지적했고, 한겨레는 “안전관리에 3년간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던 허 회장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물량 주문이 많아지면 무리하게 직원들을 밤샘 근무 배치하던 고질적 관행은 개선이 되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국민 사과 후 6번 사고 SPC...고용부, 특단 조치를>이란 제목의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지난 2일 코스트코 사망사고 관련해서도 <말뿐인 폭염 작업중지, 희생자 더 나와야 강제할 건가> 사설을 내 “지난 6월 하루 4만3,000보를 걸으며 철제카트를 정리했던 코스트코 직원이 온열질환으로 숨졌다. 이를 계기로 야당은 폭염 작업중지 의무화의 7월 내 통과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여당이 '정부에 행정적 조치를 우선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라, 현재로선 합의는 요원하다”며 “속도를 중시하는 한국 산업 현장의 관행으로 볼 때, 폭염 작업중지를 강제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의 온열사망을 사전에 막기는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야당이 제시한 법안을 회피하지 말고, 성의있게 검토하기 바란다”고 했다.
사망한 노동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이름을 드러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문수정 국민일보 산업2부 차장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칼럼에서 “쉽게 언급되고, 금세 잊히고, 누구든 될 수 있는 A씨. 한 사람을 A씨로 부르게 되면 많은 것이 누락된다. 사건 그리고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맥락만 남는다. 그마저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다. 피해자 A씨라는 표현 대신 완성된 형태의 이름을 쓰면 많은 게 달라진다. 심지어 가명일지라도 그렇다. 실존하던 사람이 실제로 겪은 비극이라는 게 실감 난다”고 했다.
문수정 차장은 “익명성을 지키다 보면 '사건 너머에 한 사람이 살아있었다'는 사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며 “최근 두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잊고 있던 이날의 대화를 다시 끌어올렸다. SPC 샤니 공장 직원의 작업 중 사망과 코스트코 카트 노동자의 폭염 속 사망이 익명성과 함께 '과거의 사건'으로 떠밀려가는 듯해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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