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끼리 동업하지 말라는데” 주사기 하나로 2조짜리 회사 만든 60대 부부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얼마나 대단한 주사기이길래…”
친구끼리, 부부끼리는 동업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성공 확률이 희박한 경험치에서 나온 말일테다. 그런데 부부가 함께 만든 회사가 15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다. 등락은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조 단위 기술수출 등에 힘입어 회사 가치는 2조원대를 기록 중이다.
바이오의약품 플랫폼 기업 알테오젠은 LG화학 연구원 출신 박순재 대표가 부인인 정혜신 한남대 교수와 2008년 설립한 1세대 바이오 벤처 기업.
부부는 미국 퍼듀대에서 함께 생화학 박사 과정을 거쳐 LG화학에서 함께 신약개발을 주도했다. 부부가 개발한 제품 중에는 국내 신약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팩티브'가 있다. 이후 한화 드림파마, 바이넥스 등을 거친 박 대표가 55세라는 조금 늦은 나이에 창업에 나선다.
처음엔 정 교수가 대표 자리를 맡았다가 2010년부터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 중이다. 정 교수는 현재 사내이사 자격으로 회사 CSO(전략총괄)를 맡고 있다. 현재 박 대표가 19.5%, 정 교수가 3.8%, 딸인 박수민씨가 0.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부부와 자녀 합산 지분은 23.8%에 이른다.
회사 주가는 등락을 반복 중이다. 2021년 7월 8만2000원대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해 10월에는 2만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조금씩 올라 14일 현재 4만6000원대까지 회복했다. 이에 회사 시가총액은 2조4000억원으로 코스닥 순위 14위까지 올라섰다.
업계 관계자는 “등락은 있었지만 알테오젠은 1세대 바이오 벤처로 15년 이상 국내 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 중 하나”라며 “특히 박순재 대표와 정혜신 교수는 LG화학에서 국내 신약개발을 주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부부이자 동지”라고 말했다.
특히 알테오젠은 국내 유일하게 정맥주사(IV)를 피하주사(SC)로 바꾸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박 대표와 정 교수가 2018년 ‘하이브로자임(ALT-B4’)이라는 이름의 피하주사제형 변형 플랫폼을 개발했다. 피부 내 히알루론산층에 통로를 만들어 항체의약품을 정맥주사가 아닌 피하주사로 투약이 가능하다.
정맥주사는 빠르게 약물을 체내에 투입할 수 있기는 하지만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약 4~5시간 정도 투여를 받아야 한다. 환자에게는 장시간 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투약에 따른 통증도 있었다.
반면 피부에 찌르는 피하주사는 집에서도 자가주사가 가능할 정도로 편의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램시마와 같은 바이오시밀러도 정맥주사에 이어 피하주사 제형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런 피하주사 제형 기술을 가진 기업은 미국의 할로자임 테라퓨틱스 외에 알테오젠이 유일하다.
이 기술에 대한 가능성이 주목받으며 알테오젠은 지난 2019년부터 연달아 기술수출 계약을 따내고 있다.
2019년 글로벌 빅파마와 총 1조6000억원 규모에 이어 2020년에도 또 다른 빅파마와 4조700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2021년에는 인도 인타스파마슈티컬스와 1300억원, 지난해 말에는 산도스와 1839억원에 해당 기술에 관한 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기술수출한 4곳 중 3곳에서 수령한 기술수출료(마일스톤)는 지금까지 6600만달러(880억원)에 이른다”며 “현재 임상 3상에 진입한 곳이 한 군데인데 향후 개발이 업데이트될수록 우리가 받게되는 기술수입료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알테오젠은 피하주사 제형 플랫폼과 더불어 현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개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박 대표는 LG화학 때부터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선도했던 이 분야 선구자이기도 하다.
현재 알테오젠이 개발 중인 약물은 허셉틴과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두 약물의 시장 규모는 각각 113억달러와 97억달러로 모두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임상2상,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알테오젠은 2분기 매출 425억, 영업이익 194억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660%가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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