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세도(21·첼시)' 마케렐레와 캉테 동경했던 '에콰도르 소년'→불과 2년 이후 'EPL 레코드 박살'
[인터풋볼] 하근수 기자= 클로드 마케렐레와 은골로 캉테를 동경했던 에콰도르 소년.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첼시에 입단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년이다.
첼시는 1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카이세도 영입을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 그는 기본 8년에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조건에 동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로렌스 스튜어트와 폴 윈스탠리 첼시 스포츠 디렉터는 "카시에도는 지난 18개월 동안 유럽 무대에서 스스로를 증명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선수단에 합류하게 되어 기쁘다. 카이세도는 우리가 오랫동안 목표로 삼았던 선수다. 우리는 그가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끼칠 거라 믿는다"라며 기뻐했다.
'블루스'로 거듭난 카이세도는 "첼시에 합류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이 위대한 클럽에 오게 되어 매우 기쁘다. 첼시가 나를 불렀을 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것은 꿈이 실현된 것이다. 하루빨리 팀과 함께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밝혔다.
각본 없는 드라마다. 첼시는 "카이세도는 에콰도르 북부 안데스 산맥 기슭에 위치한 산토도밍고에서 처음 마케렐레를 봤다. 그는 인터넷으로 마케렐레 플레이를 보며 위치 선정과 볼 위닝 플레이를 연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우상인 은골로 캉테가 영입됐다"라며 첼시 레전드인 마케렐레와 캉테를 동경했다고 전했다.
카이세도는 "두 선수가 영감을 줬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너무나 겸손했다. 어렸을 때부터 첼시를 응원했고 경기를 지켜봤다. 이제 이곳에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첼시는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 중 하나다. 선수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가족이라는 동기부여도 있다. "내게 가족은 정말 중요하다. 그들은 내게 전부다. 이 순간을 어머니와 여자친구와 공유하는 건 놀랍다. 그들과 함께 있어 더 행복하다. 가족들과 여자친구는 힘든 순간에도 나를 위해 있었고 언제나 나를 응원했다. 모든 훈련과 경기에서 그들은 내 마음속에 있다"라며 전하기도 했다. 2020년 에콰도르 카얌베에서 어머니와 함께 첼시 유니폼을 입고 찍은 사진도 감동을 일으켰다.
조국 에콰도르도 마찬가지다. 카이세도는 "내 뒤에 수많은 에콰도르 아이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내 유니폼을 입는 그들에게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 조국을 대표하고 싶다. 그들 역시 계속 최선을 다할 영감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에콰도르 출신 미드필더 카이세도는 브라이튼에 입단하면서 EPL 무대에 발을 디뎠다. 벨기에 베이르스홋 임대를 거친 다음 이번 시즌부터 주축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카이세도는 토트넘 훗스퍼로 떠난 이브 비수마를 대체하며 기대에 부응했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다. 카이세도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을 책임지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다. 이제 겨우 21세에 불과한 만큼 가다듬어야 할 부분은 분명 존재하지만 카이세도가 지닌 엄청난 잠재력에 빅클럽들이 달라붙기 시작했다.
사실 카이세도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무조건 잔류하는 듯했다. 카이세도는 "나는 이곳에서 매우 행복하다. 브라이튼 외에 다른 클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곳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며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라며 충성을 드러냈다.
하지만 첼시와 아스널이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서자 카이세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아스널행이 유력해 보였다. 카이세도가 SNS에 직접 "브라이튼에 감사하며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10남매 중 막내다. 팬들이 왜 내가 이 훌륭한 기회를 잡고 싶은지 이해하길 바란다"라며 작별을 암시했다.
거래는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카이세도는 브라이튼에 잔류해 남은 시즌을 소화했다. 이적시장이 열리자 다시 루머가 돌았다. 리버풀은 브라이튼이 요구한 가격에 맞춰 계약을 추진했다. 첼시는 포체티노 감독 지휘 아래 부활을 노리며 여러 차례 오퍼를 통해 설득에 나섰다. 차세대 월드클래스를 두고 치열한 영이번이 펼쳐졌다.
실로 박진감 넘쳤던 이적 사가다. 뛰어난 공신력으로 유명한 파브리시오 로마노가 '던 딜'을 의미하는 시그니처 'here we go'를 번복했을 정도다. 당초 로마노는 "카이세도가 리버풀로 간다! 조만간 계약서가 서명될 예정이다. 개인 조건도 동의했다. 카이세도는 메디컬 테스트를 받을 준비가 됐다"라며 안필드 입성을 예고했다.
하지만 카이세도가 첼시를 원하는 걸로 알려져 상황이 급변했다. 로마노는 "카이세도가 방금 첼시행을 원한다고 알렸다! 그는 지난 5월 말부터 개인 조건을 합의했던 첼시와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첼시는 브라이튼과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다시 협상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적시장을 뒤흔든 카이세도는 결국 리버풀 대신 첼시를 선택하며 EPL 이적 레코드를 갈아치우며 스탬포드 브릿지에 입성했다.
카이세도가 합류한 첼시는 이번 시즌 부활을 노리고 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지휘 아래 대대적인 스쿼드 물갈이가 진행됐다. 칼리두 쿨리발리, 에두아르 멘디, 마테오 코바시치, 카이 하베르츠, 메이슨 마운트 등이 떠났고, 크리스토퍼 은쿤쿠, 니콜라 잭슨, 악셀 디사시, 로베르트 산체스 등을 비롯해 카이세도까지 영입했다.
개막전에서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과 맞붙었다. 1라운드 최고 빅매치인 것은 물론 카이세도를 동시에 노렸던 두 팀인 만큼 많은 기대를 받았다.
양 팀 모두 신입생이 대거 출격했다. 첼시는 잭슨, 디사시, 산체스가 출격했다. 세 선수 모두 첼시가 거금을 투자해 데려온 야심작이다. 리버풀은 알렉시스 맥 앨리스터, 도미니크 소보슬러이가 동시에 출전했다. 올여름 정들었던 안필드를 떠난 파비뉴, 제임스 밀너, 조던 헨더슨의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중책을 짊어졌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두 팀은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리버풀은 전반 18분 모하메드 살라 패스를 루이스 디아즈가 넘어지면서 마무리해 선제골을 뽑아냈다. 첼시는 코너킥 찬스 이후 혼전 상황에서 벤 칠웰이 머리로 건넨 볼을 디사시가 슈팅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무승부라는 결과가 무색할 만큼 명승부였다.
카이세도 합류로 탄탄한 중원 조합을 구축하게 된 첼시. 포체티노 감독과 아이들은 21일 오전 0시 30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시즌 첫 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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