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DNA” ‘사이비치료’에 절박한 부모들…주변 학대로 이어져

곽진산 2023. 8. 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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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자폐성장애연구 학술지에 '자폐성장애 아동의 부모는 왜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한 서울교육대학교 권정민 교수(유아·특수교육)는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논란이 된 '왕의 디엔에이' 자료를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지 않는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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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위험하다]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인터뷰
“인정 어려운 장애, 사이비치료까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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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가 ‘왕의 디엔에이(DNA)’를 가졌다며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갑질 의혹’을 받는 교육부 사무관이, 해당 내용은 “치료기관의 자료”라고 밝히면서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근거없는 ‘사이비 치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무관의 편지를 계기로 의학적 근거 없이 ‘약물 없는 자폐 완치’를 주장하는 ‘발달장애판 안아키(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가 수면위로 드러난 셈인데, 전문가들은 이런 사이비 치료가 장애 아동 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린다고 경고한다. 

2022년 자폐성장애연구 학술지에 ‘자폐성장애 아동의 부모는 왜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가’라는 논문을 발표한 서울교육대학교 권정민 교수(유아·특수교육)는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논란이 된 ‘왕의 디엔에이’ 자료를 “아이의 행동을 교정하지 않는 사실상 방임에 가까운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근거없는 사이비 치료는 아이 스스로가 학대에 노출될 뿐 아니라 주변사람도 학대의 대상으로 만들기에 더 큰 문제”라며 공신력 있는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왕의 디엔에이’ 용어의 출처로 알려진 민간연구소 온라인 카페에는 ‘동생을 욕조 물에 넣고 힘들어하는 걸 보며 깔깔웃는 극우뇌아이’라는 제목의 고민글이 올라와 있다. 해당 글은 “극우뇌 아이들은 너무 심하게 잔소리하지 말라고 해 웬만한 건 다 이해해줬다. 근데 동생 얼굴을 엉덩이로 눌러 허우적대게하는 걸 보니 견딜수 없더라”는 내용이었다. 자폐장애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 민간연구소는 장애 아동에 대한 강한 제지를 금지하고 있다. 교육부 사무관이 담임 교사에게 보낸 글에도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부모가 장애 아이의 사이비 치료를 받는 이유. 권정민 서울교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가 2022년 자폐성장애연구 학술지에 낸 논문 ‘자폐성장애 아동의 부모는 왜 사이비 치료를 선택하는가’ 내용 갈무리

권 교수는 온라인에서 “자폐를 완치할 수 있다”라는 식의 근거 없는 얘기들이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자폐성장애 아동의 부모 39명을 심층면담해 논문을 발표했다. 권 교수가 직접 만난 학부모 중에는 자폐성 아이의 언어 발음을 교정한다며 피가 날 때까지 혓바닥을 닦으라고 한 행동을 치료법이라고 배웠다고 밝힌 사람도 있었다. 

권 교수는 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절박함’이 아이의 장애를 완치할 수 있다는 ‘희망 고문’으로 이어지고 ‘치료사에 대한 신격화’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권 교수는 “자폐 장애 등은 행동을 하지 않으면 겉으론 멀쩡하다. ‘이것만 고치면 된다’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을 사이비 치료사들이 이용하는 것”이라며 “부모가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이비 치료로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사이비 치료에 빠지는 일을 ‘부모의 무지함’으로만 원인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치료에 대한 양질의 정보와 제대로 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문제와 함께 우리 사회의 장애 혐오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아이가 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 적절한 치료법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되는지 등을 두루 알려줄 공신력 있는 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권 교수는 “제도적으로 부모들에게 올바른 치료 방식을 안내해 주면 사이비 치료로 빠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복지관, 병원, 학교가 그 통로 중 하나다. 사이비 치료에 빠졌던 학부모 중에는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쪽 지시에 따라 그만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 권 교수 제공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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