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빗장 풀었지만···K게임 잇따라 쓴잔, 왜
한때 게임업계에서 골드러시로 불렸던 ‘기회의 땅’ 중국이 달라졌다. 최근 중국에 진출한 한국 모바일 게임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며 고전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게임 출시는 곧 성공’이던 방정식은 끝났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당국의 대대적인 ‘한한령(한류 제한령) 해제’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하면서도, 중국의 달라진 눈높이에 맞춰 사업 전략을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5일 앱마켓 매출 집계 사이트 앱매직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시장에 출시한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은 8월 2주차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순위 67위, 이달 초 넥슨이 출시한 ‘블루 아카이브’는 53위를 기록했다.
두 게임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으로 그간 국내와 일본 등의 아시아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판호(중국 내 서비스 허가권)’를 받을 때만 해도 흥행 기대감이 높았다. 증권가도 양사의 주식 목표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며 기대감을 키웠으나, 실상은 달랐다.
출시 직후 각각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 든 이들 게임은 50위권 바깥으로 추락해 ‘반짝 흥행’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해 4월 중국에 출시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도 발매 직후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했지만, 3개월여만에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나 사실상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각에선 출시 초기인 만큼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역할수행게임(RPG)은 새 캐릭터가 나오고 업데이트 등을 할 때마다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분위기가 예전의 중국과는 다르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2000년대 초반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2’,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게임은 중국 출시와 동시에 성공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국 게임은 국가적인 지원을 받으며 기술력과 기획력이 한국을 추월한다”며 “중국이 판호를 허용하는 것도 한국 게임이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규모가 워낙 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만 내도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어 포기할 수는 없는 곳”이라며 “최근 한한령 해제로 판호에 대한 문턱이 더 낮아질 수 있어 업체들도 각자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국 게임들은 하반기에도 중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넷마블은 ‘A3: 스틸얼라이브’ ‘일곱개의 대죄’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출시를 준비하고, 데브시스터즈도 ‘쿠키런: 킹덤’을 중국에 선보인다.
전문가는 대중 전략을 재편하고, 중국 외 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중국의 경우 돌발 변수가 많고 기술 수준도 한국과 버금가는 곳인 만큼 철저한 현지화 등으로 새롭게 전략을 짜야 할 때”라며 “동시에 다양한 장르·플랫폼을 개척해 중국 외에도 북미와 유럽, 인도 등 시장을 확장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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