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뇌질환 파킨슨, AI로 '맞춤형 치료'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 활용
핵 미토콘 등 정보로 병리 예측
환자마다 증상과 진행 속도가 달라 한국에서는 치료 및 증상 완화 과정 자체가 매우 어려운 파킨슨병의 질병 메커니즘을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하는 플랫폼이 개발됐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과 같은 만성 퇴행성 뇌 질환은 생존 환자의 뇌세포에 직접적인 접근이 제한적이어서 치료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KAIST 뇌인지과학과 최민이 교수팀은 영국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 함께 파킨슨병 환자의 개인별 질병 하위 유형을 예측하는 AI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최 교수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파킨슨병 환자의 역분화 만능 줄기세포에서 분화된 신경 세포의 핵, 미토콘드리아 등의 이미지 정보만 학습해 파킨슨 환자의 병리적 하위 유형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델이다.
▮ AI 플랫폼으로 양상 분류
이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파킨슨병 양상을 겉으로 보이는 발현형이 아닌 생물학적 메커니즘별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원인 미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속한 분자 세포적 하위 유형별로 진단이 가능해진다.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파킨슨병 치료는 환자 개별의 병리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확률에 기댄 ‘일률적 접근’ 방식을 사용해 왔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병리적 원인과 치료 방법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치료 효과를 향상하기 어려웠다.
최민이 교수팀이 개발한 플랫폼을 사용하면 개별 환자 뇌 세포의 분자 및 세포 정보를 정밀하게 개요를 만들 수 있다. 이를 토대로 환자들의 질병 하위 유형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어서 정밀 의학이 가능해진다. 이는 개인별 맞춤화된 치료로 이어진다.
이 플랫폼은 2012년 노벨의학상 수상 기술인 유도 만능 줄기세포(iPSC, 어떠한 장기 세포로도 분화 가능)를 분화시켜 얻은 뇌 세포를 사용하는 ‘접시 속 질병(disease in a dish)’ 패러다임이다. 접시 속에 배양한 자신의 표적 질병 세포를 순차적으로 이미징하면 일련의 병리적 사건을 추적할 수 있다. 질병 진행에 따른 약물 반응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교신 저자인 최민이 교수는 “실험실에서 얻은 생물학적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효과적으로 학습시켜 정확도가 높은 질병 하위 유형 분류 모델을 생성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건강한 사람과 유전성 파킨슨병 환자의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신경 세포로 분화시켰다. 이렇게 분화시킨 신경 세포의 여러 소기관 중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현상을 일으키는 두 곳인 미토콘드리아(진핵세포를 특징짓는 세포 내 호흡·에너지 생성기관), 리소좀(가수 분해 효소를 가지고 있어 소화 작용을 하는 단위막으로 싸여있는 세포의 작은 기관), 핵(세포의 모든 활동을 조절하는 세포 내 기관. 유전물질인 DNA가 들어 있다)을 다중 라이브 이미징으로 촬영했다.
이를 통해 파킨슨병의 대표 병리 기전인 리소좀의 손상 단백질 항상성 (단백질 응집 축적)과 미토콘드리아 기능 감소 (ATP 억제)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논문은 영국 의학연구평의회(Medical Research Council)와 대교-KAIST 인지 향상 연구센터 지원으로 수행됐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신 인텔리젼스 (Nature Machine Intelligence, IF = 25.8) 8월호에 출판됐다(논문명 Prediction of mechanistic subtypes of Parkinson’s using patient-derived stem cell model).
▮ 파킨슨병은 어떤 병
파킨슨병은 진행성 신경 퇴행 장애가 특징이다. 임상 증상뿐만 아니라 기저 병변(병이 원인이 된 신체 질환 결과)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개인 간 차이를 보인다.
아직까지 파킨슨 환자 개인의 질병 하위 유형을 실험 없이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파킨슨병을 진단받은 모든 환자가 동일 메커니즘 (알파-시누클레인 축적으로 인한 도파민 신경 세포 손실)을 통해 발병했다고 간주하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파킨슨병은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 생성이 제대로 되지 않아 느린 움직임, 총총걸음, 자세불안정, 넘어짐 등의 증상을 보인다.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공급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비교적 정상적인 생활도 가능하다. 다만 사람마다 병의 진행 속도,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2, 3분 정도만 의사가 진료하는 한국에서는 맞춤형 치료는커녕 치료 자체가 불가능하다.
파킨슨병 외에 비정형 파킨슨증(파킨슨 플러스 증후군)은 파킨슨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지만 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사람마다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비전형 파킨슨증에는 진행성 핵상마비, 다계통 위축, 겉질바닥핵 변성, 루이 소체 치매 등이 있다. 파킨슨병과 비정형 파킨슨증을 합쳐서 ‘파킨슨증후군’이라 부른다. 최 교수는 이번 플랫폼 개발에 대해 “파킨슨병 뿐만 아니라 비정형 파킨슨 증후군 등 퇴행성 뇌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