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바둑의 판도가 바뀔까…절대강자 최정 vs 천재소녀 김은지
오랜 기간 한국 여자바둑은 최정 9단(26)의 천하가 이어지고 있다. 무수한 여자 기사들이 도전하고 또 도전했지만, 최정의 아성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철옹성 같은 여왕의 권위에 ‘천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무서운 기세로 최정 다음 자리를 차지한 김은지 6단(16)이 최정과 여자바둑의 패권을 두고 치열한 ‘6번기’를 치른다.
최정과 김은지는 16일 한국기원 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2023 IBK기업은행배 여자바둑 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1국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IBK배 결승 2국은 23일, 3국은 30일에 열린다.
둘은 IBK배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는 2023 닥터지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결승 3번기에서도 격돌한다. 닥터지배 결승 1국은 22일, 2국은 25일, 3국은 9월9일에 열린다.
최정은 누구나 인정하는 최강의 여자 기사다. 2013년 12월 처음으로 여자 랭킹 1위에 오른 후 7월까지 단 한 번도 놓치지 않고 117개월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일본에서도 최정을 능가하는 여자 기사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김은지의 기세도 무섭다. 2020년 1월 입단 후 3년 만에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제치고 랭킹 2위로 수직상승했다. 지난달 열린 제1기 조아제약배 루키바둑영웅전에서는 여자 기사 최초로 혼성 신예기전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은 최정의 손을 든다. 어지간한 정상급 남자 기사들을 상대로도 주눅들지 않는 최정을 김은지가 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이 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지난해 12월 해성 여자기성전이 처음이었는데, 당시 최정이 김은지를 2-0으로 완파했다.
하지만 지금 김은지는 그 때와 다르다. 통산 상대전적은 8승1패로 최정의 압도적인 우위지만, 유일한 1패가 가장 최근 맞대결에서 나왔다. 지난달 29일 열린 2023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 4라운드 3경기에서 김은지가 최정에게 일격을 가했다. 단순한 1패이긴 하지만, 그 1패로 인해 최정은 여자기사 상대 22연승이 중단됐다.
여자바둑의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인 둘의 맞대결은 어지간한 남자 기사들의 대국 못지 않은 관심을 끌고 있다. 설령 김은지가 두 번의 결승을 다 이긴다고 하더라도 1위가 바뀌는 일은 없지만, 만약 최정이 이기면 더 오랜기간 천하를 쥐고 흔들 수 있는 반면 김은지가 승리하면 왕좌교체 시계는 더욱 빨리 흘러갈 것이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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