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로 전력사 피소…"강풍에 날린 전선이 산불 일으켜"
산불로 인한 사망자 99명까지 늘어…"앞으로 2배 이상 불어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마우이섬 산불이 도대체 누구 때문에 일어난 것인지를 두고 현지 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선 하와이섬의 대형 전력회사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집중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미 CNN 방송은 화재 참사와 관련해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 인더스트리'와 그 자회사 3곳을 상대로 소송이 제기됐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거주하는 한 부부가 지난 12일 이들 전력회사를 상대로 중과실 등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측은 허리케인 '도라'로 인해 강풍이 마우이섬에 불어닥쳤을 때 송전선이 끊겨 날리면서 스파크를 일으켜 산불을 일으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라하이나에 화재가 시작되기 전 강풍과 산불주의보가 발령된 상황에서 그와 같은 위험을 알면서도 전력을 차단하는 등 예방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와이안 일렉트릭과 자회사가 일부 전신주와 전선이 넘어져 초목이나 땅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력을 끊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원고 측은 "송전선들이 주택과 건물, 교회, 학교, 역사·문화 유적지를 파괴한 빠르고 치명적이며, 파괴적인 라하이나 산불을 일으켰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자신들이 제기한 소송을 이번 산불로 재산을 잃었거나 다친 모든 주민을 당사자로 하는 집단소송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8일 마우이 산불이 발생했을 때 하와이 근처를 지나간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최고 시속 129㎞의 돌풍이 불어 산불이 삽시간에 라하이나 마을 등지를 덮쳤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도 전력이 공급되는 송전선이 도로로 떨어졌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아직 산불의 공식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은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소송 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의 짐 켈리 부사장은 "당장은 마우이의 비상 대응을 지원하고 가능한 한 빨리 전력을 복구하는 것에 주력하겠다"며 "지금으로선 화재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우리는 주와 카운티의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마우이섬에서는 설상가상으로 범죄까지 증가해 주민들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미국 언론 인사이더는 마우이 주민들이 최근 범죄가 증가했고 일부는 총으로 위협당하며 약탈과 강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경비가 허술해질 수밖에 없는 야간에 총을 든 강도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라하이나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맷 롭은 인사이더에 "경찰이 몇 명 있고, 군인은 그보다 적게 있는데 밤에는 사람들이 총으로 위협받으며 강도를 당한다"며 "지원은 어디에 있나. 우리 정부와 지도자들이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BC방송의 계열사인 하와이 KITV 방송에 따르면 마우이 주민들은 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음식과 옷 같은 보급품을 여기저기서 도둑맞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또 물과 음식, 가정용품과 의류를 기부하기 위해 마우이에 오자마자 강도를 당한 사람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경찰서장은 강도 범죄 증가에 대해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을 순찰하는 경찰관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아직 이 같은 강도 행위에 대한 정식 신고를 받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마우이섬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어느덧 99명까지 올랐다. 하지만 아직 피해 지역 수색은 25% 정도만 진행됐기에 사망자 수는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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