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진단을 받은 첫날 어떤 심정일까?

김용 2023. 8. 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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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암 환자는 암 자체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감정의 기복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칫하면 우울증이 심해져 항암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암이 발견됐습니다..."

의사의 입에서 '암'이란 말이 나오는 순간 환자는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두렵고 혼란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내가 왜?"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보인다. 다른 큰 병원에서 다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며 스스로 위로도 한다. 의사도 이런 '나쁜 소식'을 전하는 게 참 힘들다. 많은 학술 단체들이 환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정도다. 환자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 윤도현(51)이 암 투병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2021년 여름 암 진단을 받았고 3년 간의 투병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윤도현은 암 진단 당시 "정말 많이 놀랐다. 암세포보다 부정적인 마음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그는 "공포와 고립에 빠질 위험이 있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암 투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고 항암 치료를 하면서 계속 연예 활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그는 희귀 암인 '위 말트 림프종'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몸의 면역세포인 림프구가 악성으로 변하며 종양이 생긴 것이다. 말트 림프종은 진행 속도가 느려 전이도 적고 치료 성적도 좋은 편이다. 주로 위 점막 부위에서 발생하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나 클라미디아균 감염 혹은 만성 위축성 위염, 면역결핍증 등 자가면역 질환 등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 환자는 암 자체의 치료도 중요하지만 감정적 기복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하면 우울감을 넘어 우울증이 심해져 항암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암 환자는 몇 번의 충격을 경험한다. 특히 암 통보를 받을 때의 정신적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랑하는 사람도, 가족도 그를 진정으로 위로할 수 없다. 항암 화학요법을 받으면서 말로만 들었던 극심한 부작용과 맞닥뜨린다. 머리털이 우수수 빠지고 메스꺼움, 구역 등 평생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고통에 신음한다.

이 과정에서 윤도현이 표현한 '암세포보다 더 위험한 부정적인 마음'이 싹틀 수 있다.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스스로 고립감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암 때문에 그동안 살아왔던 개인적인 삶이 달라지고 가족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에 큰 변화가 온 것에 좌절하기도 한다. 슬픈 감정이 지속되고 텅 빈 공허함, 불면증, 일상생활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가족도 이해하기 힘든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간병을 하는 가족의 마음 고생은 심해진다.

환자의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는 암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 암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약해지고 치료 과정 내내 소극적이 되면 효율 높은 치료를 기대할 수 없다. 다양한 부작용에 허물어져 근감소증까지 생기면 암 자체보다 더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 따라서 환자의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기복을 다스리는 것은 치료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암 치료 중 삶의 질이 더 크게 떨어지고 병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환자가 불안해 하거나 두려워할 때 가족과 친지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환자의 변덕스러움과 잦은 감정 변화에 가족들도 지쳐간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은 여기서도 통한다. 이유 없이 화까지 벌컥 벌컥 내면 간병하려는 의지도 약해진다. 하지만 이를 못 참고 뒷걸음치면 환자의 상태는 급속히 나빠질 수 있다.

환자의 말을 들어주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의 상황과 감정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한다. 환자의 생각과 기분을 있는 그대로 평가하지 말고 이해하는 공감의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 환자가 감정을 추스리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의 우울증이 심하면 주치의와 상의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암을 치료하는 과정은 험난한 파도를 헤쳐나가는 긴 항해와도 같다. 언제든지 예기치 않은 폭풍우가 몰아칠 수 있다. 여기서 배(환자)를 지키는 선장은 바로 가족이다. 남편이나 아내, 아니면 자녀, 형제, 자매일 수도 있다. 긴 세월 혼자 살아온 사람도 아프면 가족을 그리워한다. 독신를 고집한 사람도 옆지기의 존재가 절실해 진다. 가족은 암 환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 그들이 받는 충격과 스트레스의 강도를 줄여주는 스펀지 역할을 하는 것도 가족이다. 아프면 가족의 존재 가치를 절감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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