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SUV 맞먹는 존재감…'각 잡고' 돌아온 싼타페
'조선의 디팬더(랜드로버SUV)' '한솥페(헤드라이트가 한솥 로고를 닮았다고 붙여진 별명)' '21세기 갤로퍼' '쌍용 로디우스의 환생' '범퍼에 붙은 후미등'.
출시도 안 된 차가 별명이 줄줄이 생기고 사진 공개만으로 디자인 논쟁 주제만 수십 개. 이 차 이야기만 나오면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댓글이 최소 수십 개가 달리며 불꽃 튀는 호불호 토론이 펼쳐진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현대자동차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의 5세대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 이야기다.
신형 싼타페에 이토록 큰 관심이 몰리는 건 아무에게나 주지 않는 '국민' 타이틀을 부여받은 명실공히 국민 SUV이기 때문이다. 싼타페의 국내 판매량은 역대 국산 SUV 중 단연 최고다.
한국뿐 아니라 북미 판매량도 상당히 높은 대표 모델이어서 세계적인 주목도가 높다. 5년 만에 풀체인지돼 출시되는 싼타페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실물을 안 보고도 구매 예약을 걸어두는 소비자가 있다는 건 그만큼 '싼타페라면 믿고 산다'는 20년 이상 쌓아온 믿음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남서부 뉴멕시코주 샌타페이에서 열린 신형 싼타페 글로벌 미디어 최초 공개 행사에서 5년 만에 완전히 새롭게 탄생한 신형 싼타페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신형 싼타페 디자인을 총괄한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부사장)에게 이 차의 첫 기획과 디자인 히스토리까지 들어봤다.
이상엽 부사장은 출시도 전에 뜨겁게 달궈진 '신형 싼타페 디자인 논쟁'에 대해 예상했던 바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도전적인 디자인을 택한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 "박스형 디자인부터 테일램프 (후미등)를 아주 낮게 배치한 것 등 모든 디자인에 이유와 히스토리가 담겨 있고 이걸 꼭 소비자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신형 싼타페에는 사진에는 제대로 담기지 않은 디자인 디테일과 섬세함이 이목을 끌었다. 처음 봤을 땐 공격적이고 도전적으로 느껴진 박스형 디자인은 볼수록 친숙해지고 익숙해졌다. 특히 신형 싼타페의 진가는 일반 도로에 놓여 다른 차들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에서 드러난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20년 이상의 세월 동안 누적 500만대 넘게 팔린 현대차 핵심 밀리언셀러 싼타페의 디자인이 허투루 탄생할 리 없다. 신형 싼타페 디자인은 단순하게 자동차 디자이너 영감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빅데이터에 따른 과학적 분석의 결과물에 가까웠다. 이 부사장은 "신차를 기획할 때 빅데이터를 굉장히 많이 활용한다"면서 "분석에 따라 신형 싼타페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은 '차박(자동차 숙박)'에 최적화한 디자인과 성능을 극대화한 차"라고 설명했다.
신형 싼타페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박스형 디자인'이다. 곡선 이미지가 강했던 전작과 달리 5세대 싼타페는 직선을 강조한 상자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작을 계승하기보다는 1991년 출시돼 큰 인기를 끌었던 현대차 대표 오프로드 SUV 갤로퍼 디자인을 되살렸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박스형 디자인이 도드라지는 건 차 뒷유리를 거의 수직에 가깝게 세웠기 때문이다. 보통 SUV 후면 유리는 45도 이상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있다. 이들 모습과 다른 신형 싼타페의 디자인이 더 도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의도적으로 박스형 디자인을 고집한 건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싼타페 신형의 화물 적재량은 725ℓ로 동급 차중 최고 수준이다.
신형 싼타페는 테일게이트(트렁크)가 열리고 닫히는 라인의 끝에서 끝 공간을 모두 살려냈다. 쉽게 말해 '차박' 시 테일게이트로 매트리스를 넣을 때 걸리적거리는 부분을 모두 디자인 혁신으로 없앴단 이야기.
그 덕분에 2열과 3열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뒷좌석은 테라스 같은 공간으로 쉽게 탈바꿈된다. 해외 미디어들이 신형 싼타페 테일게이트가 열리는 모습을 보며 박수와 환호를 보낸 이유다.
디자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싼타페 후미등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싼타페 신형의 후미등은 거의 범퍼에 가깝게 배치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적재 공간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다. 테일게이트 가로 폭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선 후미등이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디자인 '디테일의 끝'을 보여주는 하이라이트가 또 하나 숨어 있다. 신형 싼타페는 차량 상부에 물건을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인 루프랙을 만들어놨다. 차 위로 올라가기 쉽도록 따로 '손잡이'가 생긴 셈이다. 이 부사장이 루프랙을 이용해 싼타페 상부를 300번 이상 오가며 디자인을 완성했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게 들렸다.
인테리어에서도 디자인 혁신이 위용을 뽐낸다. 주어진 사양 안에서 소비자가 느끼기에 가장 편하고 널찍한 인테리어 공간을 뽑아내는 건 현대차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다. 2열과 3열의 레그룸(다리 공간)을 키워 어느 좌석에 앉아도 편안한 주행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살균램프(UV-C)를 이용한 멀티 트레이, 스마트폰 듀얼 무선충전 등 첨단 사양이 총망라됐다.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파노라믹 커브스 디스플레이 등 운전자 시인성을 높이는 데다 고급스러움까지 챙겼다.
이번 글로벌 미디어 언베일 행사에서 시동이 꺼진 신형 싼타페에 탑승해볼 수 있었지만 시승은 다음을 기약했다. 신형 싼타페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디자인을 꼼꼼히 살펴보니 손톱만 한 디자인 하나도 허투루 탄생한 게 없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
일단 디자인은 합격점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주행 성능과 승차감. 신형 싼타페가 디자인에서 도전과 혁신을 보여준 것처럼 주행 성능과 승차감에서도 어떤 비밀병기를 가졌을지 더 궁금해진다. 신형 싼타페는 이달 국내에 출시된 후 내년 상반기에 북미와 유럽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샌타페이(미국)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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