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SUV인데…중형급 세단 연비 능가하는 패밀리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고, 운전하는 동안 계기판에 찍히는 높은 연비를 확인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는 운전자라면 도요타 '하이랜더'는 훌륭한 선택지다. 이 모델은 준대형 7인승 SUV임에도 웬만한 중형 세단보다 연비가 높다. 국내에 출시된 준대형 SUV 모델 중 전기자동차를 제외하고는 하이랜더의 높은 연비를 이길 적수가 없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최근 경기 파주에서 하이랜더 시승회를 열었다. 이번 시승은 파주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약 120㎞를, 영종도에서 파주까지 100㎞를 두 사람이 교대로 운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승 차량은 최상위 트림(세부 모델)인 '플래티넘'이었다.
20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하이랜더의 공인 복합연비는 ℓ당 13.8㎞로, 중형급 가솔린 세단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산차 대표 모델별 ℓ당 복합연비는 현대 쏘나타 13.5㎞(가솔린 1.6 터보 17인치 타이어 기준), 쏘렌토 하이브리드 13.2㎞(1.6 터보 4WD 19인치), 팰리세이드 9㎞(가솔린 3.8 AWD 20인치) 등이다.
기자가 파주에서 영종도까지 약 120㎞ 구간을 일반 주행모드로 하이랜더를 운전한 결과 실제 연비는 ℓ당 16.1㎞로 측정됐다. 극단적인 정속주행으로 연비를 끌어올리면 ℓ당 20㎞ 달성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영종도에서 파주까지 운전한 시승자가 증명했다.
하이랜더는 야외 레저 활동에 최적화된 패밀리카를 지향한다. 2·3열 좌석을 모두 접을 수 있는 '플랫 폴딩' 기능을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끌어올렸다. 2열은 가운데 통로가 뚫린 '독립식 캡틴 시트'를 놓고, 각 열 시트를 계단식으로 배치해 시야 개방감을 높였다.
또 하이랜더는 편안한 승차감을 강조한다. 고강성 차체를 적용한 이 모델은 차량 하부의 진동 감소 대책과 서스펜션 조율을 통해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편안한 승차 경험을 제공한다.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하이랜더는 승차감을 방해하는 요소를 사뿐히 지르밟고 지나간다. 타이어 아래 노면 상태는 절제된 수준으로 운전자와 동승자 발끝에 전해졌다.
하이랜더 파워트레인은 직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2.5ℓ 자연흡기 4기통 엔진으로 구성됐다. 시스템 총 출력은 246마력에 이른다. 상황에 따라 전륜·후륜 구동력 배분을 100대0에서 20대80까지 제어하는 하이브리드 전용 사륜 구동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한다. 급가속 시 엔진 소리는 계기판 속력에 비해 우렁차게 울리는 편인데, 이는 운전의 즐거움과 안전 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패밀리카 운전자에게 주어지는 소소한 재미다.
내비게이션은 다소 아쉬웠다. 목적지까지 길을 안내하는 기본 기능은 충실했고, 안내 음성도 기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러웠다. 다만 지도 이미지 등 사용자인터페이스(UI)는 10년여 전 디자인을 차용한 듯 보였다. 고속도로에서 길 안내 시 분홍색 차선, 초록색 차선 등 색깔 유도선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스마트폰 거치대를 어디에 설치하는 게 좋을지 생각했다. 순정 내비게이션 사용에 익숙해진다면 떠올리지 않을 고민이다.
보급형 수입차 브랜드면서 동급 풀옵션 국산차보다 비싸다는 점은 하이랜더의 약점이다. 세부 모델별 판매 가격(개별소비세 5% 적용 기준)은 리미티드 6660만원, 플래티넘 7470만원이다.
플래티넘 모델에만 탑재된 사양으로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레인 센서, 파노라믹뷰 모니터, 디지털 리어뷰 미러, 2열 열선시트, 자동 전조등 시스템(AFS) 등이 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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