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의 조언 “박인비 홀인원에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할 새 외교관 후보가 결정됐다.
‘골프 여제’ 박인비(35)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한국 후보로 낙점됐다. 14일 대한체육회 제2차 원로회의를 통해 단일 후보로 추천된 박인비는 16~17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친 뒤 한국 공식 후보로 IOC 위원회에 통보될 예정이다.
내년 8월 파리올림픽에서 IOC 선수위원으로 8년 임기가 만료되는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41)은 박인비가 한국인으로는 3번째 IOC 선수위원이 되기를 바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유 회장은 15일 기자와 통화하며 “어제 박인비 프로가 선수위원 후보로 사실상 낙점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골프에서 티샷으로 한 번에 공을 홀인시키는) 홀인원에 도전한다는 각오 앞으로 선거에 뛰어들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IOC와 선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선수위원은 23명이다. 유 회장을 포함해 4명의 임기가 내년 8월 만료되는데, 이 자리를 파리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각국에서 한 명씩 후보로 내세울 수 있는 가운데 한국은 외국어 능력과 선수 경력 등에서 탁월한 박인비를 선정했다.
유 회장은 “박인비 프로가 선수위원으로 갖춘 역량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제가 후보에 뽑혔을 땐 영어학원을 끊는 게 시작이었는데, 이 분은 그럴 필요도 없다. 난 영어 공부에 매달린 시간만 3개월”이라고 웃었다.
유 회장은 박인비가 자신보다 낫다고 말했지만 쉬운 길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 도전하는 후보군은 총 16명으로 알려졌기에 4대1의 경쟁률이 기다리고 있다.
유 회장은 “요즈음 선수들이 선수위원에 가지는 관심 자체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굳이 표현한다면 골프의 홀인원에 빗댈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인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따라야 하지 않느냐”면서 “최고의 골퍼인 박 프로는 실력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지만 그만큼 어렵다는 걸 실감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부분인 올림픽 속에서 프로 선수가 가지는 상대적인 불리함과 아시아가 아닌 유럽 대륙, 그것도 파리에서 치러지는 선거 환경 등을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느껴졌다.
대신 유 회장은 자신의 선거 노하우를 아낌없이 내놓았다. 자신의 텃밭을 먼저 다진 뒤 외연을 확장하는 게 기본이다. 그는 “박인비 프로가 먼저 골프 선수들을 지지 세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략적으로 득표율이 높아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워낙 이름값이 높은 만큼 동료들이 잘 도와준다면, 한국과 아시아 선수들을 넘어 한 표씩 얻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독립을 강조하는 IOC 특성상 선수위원 선거전은 정부나 체육회 같은 외부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그저 두 발로 뛰어야 한다. 유 회장 역시 2016 리우올림픽 당시 하루에 3만보씩 선수촌을 돌며 지지를 받아낸 기억이 여전히 선명하다. 유 회장은 “내가 선거에 나섰을 때는 발바닥이 성할 날이 없었다”고 웃었다.
박인비와 2인3각으로 달리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박인비 프로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선거를 위해 선수들이 모이는 해외 포럼이나 행사에 얼굴을 내비칠 필요가 있는데, 이런 부분에선 내가 동행하면서 도울 생각도 있다. 장기레이스를 시작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달려나가자”고 당부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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