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이 너무 즐거운 원초적 슈퍼카
차 운전에만 집중하도록 설계
시트에 앉으면 폭좁은 레그룸
어깨·옆구리 꽉 잡아주는 느낌
스티어링휠엔 버튼 하나 없어
경량화·중량감 완벽한 조화
운전자는 늘 딴짓을 한다. 신호등 앞에 멈출 때면 으레 스마트폰을 쓸어내리고, 운전 중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도 하고, 차에 탑재된 편의사양은 무엇이 있는지 본다며 컨트롤패널을 만지작거린다. 일상적으로 몰고 다니는 차로는 운전하는 행위 자체에서 별다른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 탓에 운전자는 운전 이외의 일에 정신이 팔린다.
영국 슈퍼카 브랜드 맥라렌의 '아투라'는 원초적인 모델이다. 핸들을 붙잡고 오른발을 까딱거리며 차량을 조종하는 일에서 오는 즐거움을 운전자에게 일깨워준다.
아투라는 운전자가 차를 조종하는 행위에만 집중하게끔 설계됐다. 시트에 앉으면 어깨와 옆구리를 꽉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레그룸은 폭이 좁다. 가장자리에 붙인 왼발과 브레이크·가속페달을 오가며 밟는 오른발 간 간격이 넓지 않다. 스티어링휠에는 손에 걸리는 버튼이 하나도 없다. 운전 이외의 일에 신경을 쏟는 상황은 원천 차단하려는 듯이.
맥라렌 아투라로 서울 삼성동에서 경기 용인시까지 왕복 약 100㎞를 시승하는 동안 노래를 재생하는 일도, 라디오를 켤 일도 없었다. 가속페달이 눌리는 정도에 따라 다른 강도로 뿜어져 나오는 배기음에 집중했다. 빨간불 앞에서 정지할 때면 룸미러를 통해 차량 뒷면 배기구에서 공기가 이글거리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실내에는 원음을 구현하는 데 충실한 바워스앤윌킨스의 하이파이(Hi-Fi) 스피커가 장착돼 있었지만 배기음·엔진음에 비하면 감흥이 없었다.
아투라는 땅에 붙어 있는 듯 차체가 낮다. 차체가 낮은 만큼 시야도 제한될 법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차량 구조상 운전석 너머로 시야를 가리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차체가 낮아서 운전 중 방지턱에 차량 앞코가 걸리거나 하단부가 쓸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기우였다. 웬만한 방지턱은 사뿐하게 넘었고, 척 봐도 불뚝 솟은 방지턱이 있거나 지하주차장 출입구처럼 짧은 급경사를 지나는 때는 차량 지상고를 높여주는 버튼을 누르면 해결됐다.
아투라는 경량화와 중량감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조화시키는 데 성공한 모델이다. 차를 운전하며 관성의 법칙을 체험하다 보면 아투라의 중량이 2t은 족히 넘을 것 같지만 실제 건조 중량은 1395㎏에 불과하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인 아투라는 네 가지 주행 모드를 갖추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모드인 'E-모드', 시속 40㎞ 미만에선 엔진을 비활성시키는 '컴포트 모드', 응답성과 가속성을 극대화한 '스포츠 모드'와 '트랙 모드' 등이 있다.
이번 시승에선 대부분 거리를 컴포트 모드로 운전했다. 신호등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고 브레이크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아투라는 잠시간 멈춰 있다가 앞으로 나아간다. 밟는 대로 쭉쭉 나가는 차량을 모는 데 몰입하다 보면 운전자 자신이 마치 트랙 위에 있다는 착각이 들 수 있지만, 이 같은 '동중정(動中靜)'은 평정심을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아투라는 2인승 차량이다. 조수석에 앉은 동승자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브레이크·가속 페달이 없기에 조수석 레그룸은 발을 쭉 뻗어도 편안하다. 옆구리를 잡아주는 시트에 앉았기에 고속 주행 중에도 안정감을 느낀다. 위로 돌아가는 '버터플라이 도어'를 열고 차에서 내리면서 스스로 느끼는 하차감은 덤이다. 맥라렌 아투라의 국내 판매가격은 3억2900만원이다.
[문광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와이프 ‘민낯’ 끔찍했다?…돌싱男이 답했다, 과소비 성향보다 더 ‘비호감’ - 매일경제
- “한국서 ‘스님’ 되고 싶어요”…잼버리 독일대원 8명, 법주사서 ‘삭발’ - 매일경제
- “이 주식 안샀으면 어쩔 뻔”...두둑해진 배당금 역대급 이라는데 - 매일경제
- 강남·송파 고교생 ‘자퇴 급증’…왜 그런지 이유 알아보니 - 매일경제
- “좋은 기억만”…독일 잼버리·모텔 갈등에 숙박비 70만원 내준 시민 - 매일경제
- ‘尹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향년 92세로 별세 - 매일경제
- 무더위 이제 삼계탕 말고 이것으로 이겨내볼까...가보면 안다는 이색 여행법 - 매일경제
- [속보] 尹대통령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 별세 - 매일경제
- 현대차그룹, ‘레드닷어워드’서 본상 7개 휩쓸어 - 매일경제
- ‘뺑소니 의심 사고’ 수영 황선우, 피해자와 합의 마쳐…연맹은 교육 및 면담 등 후속 조치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