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이공계 교수의 성공 조언 “이공계 성공 위해 수학·과학 못지 않게 영어도 중요해…신기술 활용과 소통능력 때문”
양윤석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
이현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
이규빈 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
오규환 아주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미국 실리콘밸리는 인도계 CEO가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도계 인사가 세계 정보기술(IT)기업 수장 자리를 휩쓰는 것은 탁월한 영어 구사력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네트워킹 때문이다. 많은 이공계 분야 전문가들이 학생들에게 '영어 공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에듀플러스는 국내 IT·과학 분야 교수들로부터 영어가 왜 중요한지 이유를 들어봤다.
◇구글 등 글로벌 기업, 임원일수록 영어·네트워킹 능력 필수
“제가 구글에서 일할 때 직원 가운데 인도 출신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어요. 지금도 미국 실리콘밸리 상위 기업 CEO대다수가 인도 출신이 많죠. 해외에서 한국인들이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인도계 인재를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언어 능력이죠. 인도계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언어적인 제약이 없어요.”
양윤석 한국뉴욕주립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미국 유학 생활과 구글 등 IT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영어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뼈져리게 느꼈다. 토익, 토플 등 영어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면서 유학을 준비했지만, 현실에서 부딪힌 영어의 벽은 높았다. 단순히 영어 점수만 높다고 현실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소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연습 필요
양 교수는 “이공계 분야를 전공하고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영어 능력은 기본”이라며 “회사 생활을 위해 함께 일하는 이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구글에서 지켜 본 인도계 인재들은 영어 능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탄탄한 네트워킹을 한다. 직장 내 커피 모임, 다양한 취미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자신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어릴 때부터 스몰토크 등 영어 대화 연습을 실전처럼 해야 한다고 양 교수는 조언했다.
영어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상급자로 올라갈수록 더욱 필요한 역량이다. 타 부서와 협력하는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위치에 있을 때 영어 능력은 조직 장악력, 타 팀과의 융합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필수 요소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어 능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야 글로벌 기업 내에서 진급이 빠르고 고위직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AI가 인간 대신 소통하기 어려워?…영어는 소통 능력
“이공계 분야를 진로로 선택한 학생들 가운데 수학·과학은 중요하게 여기지만 영어는 게을리하는 경우가 많아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서 영어 번역이나 통역은 쉽게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묻는 학생들도 있고요.”
이현주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AI가 발전하다고 해도 영어 능력은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이 발달할지라도 결국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협업하는 경우가 많은 이공계 분야는 세계 공용어인 영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해외 학술대회에 참석했을 당시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당시 학술대회는 교수뿐 아니라 대학원생도 함께 참가해 자신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비영어권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준비한 발표를 마친 후, 질의응답 시간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공계 분야, 글로벌 협업 ‘활발’…소통 능력 중요
발표를 준비한 학생이 다른 이들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당시 발표를 한 학생이 암기를 통해 영어 발표를 했지만, 자연스럽게 질의응답이 오가는 상황에서 서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모두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담당 지도 교수가 학생에게 질문을 통역해 주면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술대회 사례만 봐도 이공계 분야를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은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고 자신의 연구를 알리고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챗GPT, 파파고 등 AI가 번역을 해 준다고 해도 기계를 통해 소통하기 보다 자기 목소리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영어 못하면, 연구 홍보·설득 어려워져
학계에서는 영어능력 부족으로 연구 분야에서 뒤처지는 경우도 있다. 이규빈 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수학·과학 등 능력은 뛰어난데 영어 소통 문제로 어려움을 겪어, 장기적으로 연구 실적이 뒤처지는 경우가 있다”며 “이공계 분야를 전공하려는 학생이 있다면 해외 논문을 읽거나 국제 컨퍼런스 발표를 듣고 핵심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영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영어 능력이 더욱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첨단 기술 관련 최신 트렌드와 관련 국제 학술대회, 실시간 화상회의가 유튜브 등 라이브 플랫폼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이다.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기도 하지만 전문용어가 많은 첨단 분야에서 오역 또한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말하는 사람의 늬앙스를 바로 알아듣고 행간의 의미를 읽을 수 있는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
영어로 된 새로운 해외 기술 이해가 연구성패 좌우
오규환 아주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이제는 신기술을 얼마나 빨리 접하느냐에 따라 연구 성패가 나뉘기 때문에 영어가 더 중요한 능력이 됐다”며 “첨단 기술 분야를 이끌기 위해 남들이 아는 지식을 다시 내 것으로 바꾸는 것보다 새로운 외국 기술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통 잘하는 인재가 선한 영향력 기술 개발”
첨단 IT·과학 분야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것은 최첨단 기술 개발이 결국 인간의 삶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과학과 기술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연구를 한다. 첨단 기술 분야 연구·개발은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동료 간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 이현주 교수는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을 위해 인재들이 갖춰야 할 능력으로 '소통'을 꼽았다.
“첨단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은 결국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죠. 새로 개발한 기술을 여러 분야에서 제대로 사용하고,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 영어로 소통하고 홍보하는 능력이 정말 중요해요. 큰 틀에서 봤을 때 소통 잘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논문을 쓰고 인류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기술을 개발하게 될 것이라고 봐요.”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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