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감독 "예정에 없었던 유해진과 김희선 키스신, 클로즈업 하지 않은 이유는요…" [TEN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달짝지근해’의 감독 이한은 두려웠던 로코 첫 도전을 언급하며,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전작들을 비롯해 늘 따스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태도를 지닌 이한은 이번에도 세상을 둥글게 바라보는 면모를 보였다. 이한 감독은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처음의 목표였다고 말하며, 세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한 감독은 10일 오전 영화 '달짝지근해:7510' 화상 인터뷰에 나섰다.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다. 영화’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증인'(2019)을 통해 사회적 통념을 깨부수고 모난 세상을 둥글게 바라보고자 한 태도를 보인 이한 감독의 작품이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무거운 이야기를 주로 연출했던 이한 감독은 로코 장르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마음이 답답하고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힘든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그런 영화를 하면 나도 기분이 좋아지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코미디라는 장르를 안 해봐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코미디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했지만, 너무 신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이한 감독은 “일단은 재밌더라. 제일 두려워했고 잘 모르는 분야이기는 했지만, 배우들이 잘 해주셨다. 그런 분위기 속에 있으니까 어느 순간 웃음이 성장하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라고 말했다.
‘달짝지근해’는 ‘드림’, ‘극한직업’의 감독 이병헌의 각본을 바탕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이에 관해 이한 감독은 “10년이 넘은 시나리오다. 이병헌 감독도 헷갈리더라. 갓 작가로 등장했을 무렵에 지인이 됐던 것 같다. 이병헌 감독의 팬이지만 신을 바라보는 시선이나 컷을 바라보는 것이 다르다 보니, 연출을 하는데 부딪히지 않게 하려고 했다. 10년 전에도 각색하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이병헌 감독 특유의 재미가 사라지더라. 지금은 때가 아닌가 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고치면 잘 고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재미만 주는 것도 좋지만 일정 부분은 페이소스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과 공감하는 이야기를 추가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중점을 둔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영화를 처음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견지해온 부분이다. ‘열두 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거야’라는 말을 스태프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것 같다. 언제나 중고등학생들을 위해서 영화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비춰봤을 때, 그 시기에 책, 영화, 음악 등에 영향을 받을 시기 같다. 그분들에게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그다음에는 너무 유아다우면 안 돼서 고민도 많았다”라고 밝혔다.
평소 따듯한 시선으로 캐릭터를 담아내는 이한 감독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영화광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한국 영화를 좋아했다. 임권택, 배창호, 박광수, 이장호 감독님의 공통점이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것 같다. 그런 영화들을 보면 내가 좋아지는 느낌이 좋아서 감독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행스러운 것은 나쁜 사람을 거의 못 만나본 것 같다. 그래서 사실 어렵다. 다들 나름대로 이유가 있더라. 그런 것이 영화에 투영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영화가 개봉하고 특별히 듣고 싶은 영화적 평가가 있느냐고 묻자 “그동안은 안 떤다고 생각했다. 이번 작품은 유독 많이 떨린다. 경쟁작들이 쟁쟁하기도 한다. 나를 믿고 지지해준 사람에게 손해는 끼치면 안 되겠다는 마음이다.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만족할 것 같다. 시작할 때, 관객들이 재밌게 봤으면 했기에 ‘그 영화 재밌어’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에서 배우 유해진과 김희선의 신선한 조합과 매력적인 케미를 보여준다. 이에 관해 이한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김희선 배우가 시나리오가 캐릭터는 굉장히 맘에 들어 했다. 작업을 하는 면에 있어서 망설이는 부분은 있더라.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설명했다. 김희선 배우가 해야 하는 이유는 밝음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극 중의 배역인 일영에 어울리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해진의 캐스팅에 관해 “대한민국에서 보통 사람의 희로애락 잘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이 들어서 책을 드리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달짝지근해’ 제작보고회를 통해 이한 감독은 ‘유해진은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배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해진과 극 중의 ‘치호’의 어떤 부분이 닮았느냐고 묻자 “유해진 배우는 실생활에서 ‘치호’와 닮은 부분이 있다. 본인은 닮은 것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는 하다. ‘치호’는 일관된 생각으로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캐릭터기에 그런 면이 유해진 배우와 조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치오’와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눈치가 없다는 것이 닮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유해진은 인터뷰를 통해 ‘달짝지근해’가 ‘지금까지 중 최고의 현장’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한 감독은 “눈치가 없는 성격이다 보니 현장 분위기가 좋은지 체감을 못 했다. 감독은 현장에서 즐겁고 그렇지는 않다. 생각한 대로 신이 나오면 좋지만, 행복하다는 감정은 잘 몰라서 배우들이 행복했다면 너무 감사드린다. 반대로 후반 작업하면서 행복했다. 촬영을 끝내고,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구나. 감사하구나’라는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영화는 ‘치호’와 ‘일영’의 키스신을 클로즈업이 아닌 줌 아웃으로 빠지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한 감독은 “영화 ‘완득이’를 찍었던 동네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 동네 안에 있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클로즈업하지 않은 이유는 키스신이 예정이 없다가 전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에 키스하자’는 제안을 했다. 둘의 아이 같고 순수한 사랑이 육체적으로 변질하지 않을까라는 느낌 때문에 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해진, 김희선만큼이나 차인표, 진선규, 한선화 배우의 통통 튀는 연기도 인상적이다. 이한 감독은 “진선규 배우는 외모에 자신감이 없더라. 처음 나한테 한 말이 ‘제가 어떻게 멋있게 보일 수 있죠?’라고 말하더라. 우주 미남은 아니지만, 호감형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용기를 드렸다. 차인표 배우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데 유일하게 등장하는 빌런이지만 뒤부터 바뀌다 보니 너무 악역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배우가 누구일까를 생각했다. 인생의 교본으로 삼고 싶어질 정도로 좋은 선배님이다. 그런 모습 때문에 제안을 했고,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선화 배우에 관해 “어릴 적에 대본을 필사하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순간 안 하게 됐다. 드라마 ‘술꾼 도시 여자’들을 너무 좋아해서 대본을 구해봤다. 한선화 배우가 대본대로만 한 것이 아니라 그분의 에너지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은숙’ 역이 처음부터 쌓아가는 캐릭터가 아니라 임팩트를 줘야 했다. 그 시간에 임팩트를 줄 배우를 찾아보니 한선화 배우 같더라”라고 답했다.
‘달짝지근해’에는 배우 정우성을 비롯해 임시완, 고아성이 특급 카메오로 나온다. 이한 감독은 같은 날 ‘보호자’로 개봉을 앞둔 정우성의 출연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는 “정우성 배우가 나한테 ‘제가 많이 보고 싶으신가 봐요’라고 하더라. 유해진과 김희선 배우의 조합이 잘 어울린다고 말하며 출연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쩌다 우리가 같은 날 개봉하는 운명이 됐을까’라는 문자를 나눴다. 정우성 배우가 시사회 당시에 몰래 오셔서 영화 잘 보셨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이한 감독은 정우성, 임시완, 고아성 배우를 카메오로 출연시킨 이유에 대해 “사실은 영화를 볼 때, 잠깐 나오는 특별 출연은 제 취향은 아니라는 생각했다.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고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까를 생각하다가 제안을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임시완과 고아성의 카메오에 관해 “임시완 배우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여전히 노래에 욕심이 있고, 진지하면서 엉뚱한 면이 있다. 이런 것들은 보통 관객들이 잘 모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제안하게 됐다. 고아성 배우는 그 모습 자체가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것 같다. 무엇보다 고아성 배우가 눈으로 감정 표현하는 연기가 굉장히 좋은 배우다. 대사가 별로 없는 짧은 신에 고아성 배우가 잘 해낼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자마자 다들 해주시겠다고 하시더라. 몇 분은 거절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승낙을 해주셔서 나도 당황했다.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영화 ‘달짝지근해’는 오는 8월 15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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