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쇼에 출연한 프리다 칼로 “인생이여, 만세”

서정민 2023. 8. 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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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소아마비에 걸렸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프리다는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알리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프리다 칼로의 작품 '부서진 기둥'(코르셋으로 척추를 고정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 힘들었지만 제 인생의 고통을 끄집어내 연기하면서 프리다의 고통을 느끼고 승화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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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형식의 뮤지컬 ‘프리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히어라가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6살, 소아마비에 걸렸다. 후유증으로 오른 다리가 가늘고 짧아졌다. 18살, 타고 있던 버스와 전차가 충돌했다.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부서진 버스 손잡이가 배를 관통했다. 생사를 넘나든 끝에 일어났다. 코르셋으로 척추를 고정하고, 목발을 짚었다. 그나마 자유로운 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 얘기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개막한 ‘프리다’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담은 창작 뮤지컬이다. 지난해 봄 초연이 호평받은 이후 1년여 만에 재연 무대를 올렸다. 주인공 프리다 역에는 초연부터 참여했던 김소향에다 가수 출신 알리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주목받은 김히어라가 새롭게 합류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배우 김소향이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다’는 일반적인 전기 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대신 가져온 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같은 토크쇼 형식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 프리다는 ‘더 라스트 나이트 쇼’에 게스트로 출연한다. 쇼 무대에서 프리다는 코르셋도, 목발도 필요없다. 하이힐을 신고 열정적으로 춤추고 노래한다. 함께 무대를 꾸미는 건 쇼호스트 레플레하와 크루 데스티노·메모리아다. 토크쇼에서 펼치는 극 중 극에서 레플레하는 멕시코 국민 화가이자 프리다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를, 데스티노는 프리다가 교통사고 직후 침대에서 봤다는 죽음을, 메모리아는 평행우주 속 또 다른 프리다를 연기한다.

연출과 극작을 맡은 추정화는 지난 10일 프레스콜에서 “프리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하다가 평생 신지 못했을 예쁜 신발을 신겨주고 싶었다. 휠체어와 목발을 가져오고 싶지 않았다. 이를 위해 사실적인 드라마 말고 죽기 전에 펼쳐지는 주마등을 쇼처럼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작품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신한카드 아티움에서 열린 뮤지컬 ‘프리다’ 프레스콜에서 배우 알리가 하이라이트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리다는 토크쇼에서 지나온 삶을 얘기하다가 중간중간 극 중 극을 펼친다. 교통사고를 이겨내고 일어나 코르셋을 갑옷처럼 입고 발을 구르며 부르는 넘버 ‘코르셋’은 꺾이지 않는 의지를 상징한다. 알리는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프리다 칼로의 작품 ‘부서진 기둥’(코르셋으로 척추를 고정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을 보고 위안을 얻었다. 힘들었지만 제 인생의 고통을 끄집어내 연기하면서 프리다의 고통을 느끼고 승화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알리는 과거 성폭행 피해 사실을 고백한 바 있다.

극 중 극에서 디에고 리베라를 연기한 레플레하가 프리다에게 ‘허밍 버드’를 부르며 구애하는 장면은 가장 유쾌한 쇼다. 김병진 안무가는 레플레하를 연기한 배우에 맞게 각기 다른 장기를 발휘하도록 했다. 걸그룹 ‘천상지희 더 그레이스’ 출신 스테파니는 탱고 등을 기반으로 한 춤으로, 전수미는 힘 있고 리듬감 넘치는 탭댄스로, 가창력 좋은 가수 출신 리사는 스캣(뜻 없는 말로 흥얼거리는 창법)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프리다 칼로가 남긴 마지막 작품 ‘비바 라 비다’. 한겨레 자료사진

2년여 만에 고향 같은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김히어라는 드라마와는 또 다른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최근 드라마 ‘더 글로리’와 ‘경이로운 소문’으로 얼굴을 알렸지만, 사실 뮤지컬과 연극에서 10년 넘게 조금씩 다지면서 열심히 해왔다. 공연에선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다른 김히어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리다는 평생 고통에 시달렸으면서도 47살에 세상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남긴 수박 그림에 이렇게 썼다. ‘비바 라 비다’(인생이여, 만세). 추정화 연출은 “갖은 고통을 이겨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비바 라 비다’ 하고 인생의 축배를 들었던 프리다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한잔의 샴페인처럼 용기를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0월15일까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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