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라면서…파리 올림픽 홍보 이미지에 일장기 일색
“일본 편애 드러난 것 아니냐” 지적도
프랑스 교민 김모(46)씨는 최근 파리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paris2024.org) 첫 화면에 크게 나온 행사 홍보 이미지를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 앞에서 세계 각국 선수단과 관람객들이 자국 국기를 흔들며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에 아시아 국가 국기 중 유독 일장기만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수백개의 각국 국기 중 일장기는 40여개에 달했다. 유럽과 북미, 남미는 물론 중동·아프리카 국가의 국기도 다양한 종류가 눈에 띄었지만, 아시아 국가는 일본 국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마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대여섯개 있었고, 태극기는 아예 하나도 없었다. 본지가 15일(현지시각)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첫 화면 이미지뿐만이 아니었다. 개막식 행사와 각종 경기 모습을 그려 놓은 다른 여러 홍보 이미지에도 아시아 국가 국기는 일장기가 거의 유일했다. 태극기는 그 어느 곳에도 없었다.
김씨는 “일본이 올림픽 공동 개최국이나 파트너 국가도 아닌데, 일장기가 이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교민 사회에서도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 세계 수억명이 보는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의 홍보 이미지에 이처럼 다양성이 심각하게 결여된 이미지를 프랑스 올림픽 조직 위원회가 올려놓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송안식 프랑스 한인회장은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의 취지를 헤아리지 못한 것 같다”고도 했다.
파리 올림픽에 참여하는 69개 아시아 국가들이 제대로 대표되지 않은 셈이다. ‘아시아’하면 여전히 일본과 중국밖에 모르는 프랑스 사회의 편애(偏愛)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동남아시아 국가 외교관은 “아시아에 대한 프랑스의 시각이 드러난 것 같아 아쉽다”며 “유럽 국가들의 국기는 작은 나라도 꼼꼼하게 넣어주면서 왜 다른 아시아 국가는 없는지 문제 제기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에는 이달 초부터 “홈페이지 홍보 이미지에서 일본이 아시아를 과(過)대표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시정 요청도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15일 현재까지 조직위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고, 관련 이미지도 교체되지 않고 있다.
파리 올림픽 홍보 이미지에 일장기가 유독 많이 등장한 것에 대해, 일각에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월드 와이드 파트너’ 계약을 맺은 13개 핵심 후원 기업 중 일본 기업이 3개로 미국 기업(4개) 다음으로 많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정을 내놨다. 월드 와이드 파트너 기업의 소속 국가를 우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보 이미지에는 독일과 중국, 스위스 등 자국 기업이 월드 와이드 파트너인 나라의 국기는 조금씩이라도 들어갔다. 유일한 예외가 삼성전자가 월드 와이드 파트너인 한국이다. 삼성전자는 IOC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만 유독 홀대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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