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는 구조됐지만 남은 동물들 굶주림 위기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비쩍 마른 사자의 모습이 공개돼 동물복지 논란을 일으켰던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이 지난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2004년생 수사자 ‘바람이’는 충북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남아 있는 동물들이 여전히 굶주리고 있다. 이에 국내 동물 단체가 부경동물원에 남아 있는 동물들에게 후원해 달라며 호소했다.
김해시는 15일 부경동물원이 지난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했으며, 현재 생후 4년된 ‘바람이의 딸’ 암사자를 비롯해 호랑이, 흑표범, 양, 거북이 등 56마리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부경동물원은 이 동물들을 매매를 통해 다른 데로 보낼 예정이다.
부경동물원은 2013년부터 경남에 있는 유일한 사설 동물원으로 인기를 끌었다. 사자와 호랑이, 흑표범, 원숭이 등 30여 종 100여 마리로 운영을 시작했지만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경영이 어려워졌다. 이에 동물 사육 환경도 덩달아 나빠졌다. 동물들이 살기에 비좁은 사육 시설과 콘크리트 바닥, 감옥형 전시시설 등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바람이가 떠난 빈 시설에 바람이 딸이 들어간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바람의 딸 소식을 공개했던 동물 단체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경동물원이 현재 남아 있는 동물들에게 먹이와 사료를 공급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음을 알렸다. 이 단체는 “(남은 동물들을) 당장 다른 곳으로 분양이 어려운 실정이고, 평소에도 재정난으로 제대로 된 먹이를 먹이지 못해 동물들이 야위었는데, 앞으로도 사료 급여가 원활하지 않아 더욱 굶주림에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물원 측이 사료에 대한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전하며 후원 계좌를 올렸다.
동물복지는 비단 먹이와 사료만 준다고 해서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사자와 호랑이, 고래 같은 야생 동물은 좁은 시설 안에 가두는 것만으로도 생존을 위협할 만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영국동물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1960~2005년 동물원에서 살았던 코끼리는 평균 수명이 16.9년이었다. 야생 코끼리의 수명은 약 56년으로 3배 이상 더 길다. 비교적 좁은 시설에서 덜 움직이면서 비만이 된 탓으로 분석됐다. 여러 마리 떼지어 사는 범고래는 폐렴과 신장질환, 병원균 감염이 잦으며 역시 수명이 야생 고래보다 훨씬 짧다.
사자도 마찬가지다. 일본 이바라키대와 다마동물원 연구진이 지난 2016년 국제학술지 ‘수의학행동’에 실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동물원에 사는 사자는 야생 사자와 달리 사회적 관계, 번식 등 생활이 비정상적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대신 늘 안절부절 못한다. 연구진은 야생 사자는 대개 하루에 20~21시간을 쉬는데 동물원 사자는 10~15시간밖에 자지 않아 움직이겠다는 동기가 낮고, 서식지 넓이가 평균 80~100km²로 좁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동물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최대한 야생과 닮은 동물원을 짓거나 기준 법률을 강화하는 등 동물복지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도 지난해 12월 동물원 개설과 운영에 대한 법적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이 올해 12월부터 시행되면 부경동물원처럼 열악한 환경은 사실상 존속이 불가능하다. 현재는 전문인력과 시설만 갖추면 시도에 등록해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법을 시행하면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시도의 허가를 받아야만 동물원을 운영할 수 있다. 시도는 허가취소와 영업정지 권한도 가진다. 만약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허가를 내주지 못한다.
참고 자료
Journal of Veterinary Behavior(2023) Doi: https://doi.org/10.1016/j.jveb.2016.11.002
Consevation physiology(2019), DOI: https://academic.oup.com/conphys/article/7/1/coz093/565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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