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청춘밴드 웬디 완더 "중요한 건 우정…음악은 부수적"

이재훈 기자 2023. 8. 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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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포트' 통해 첫 내한한 5인조
아이유·혁오 좋아하는 지한파
[서울=뉴시스] 웬디 완더. 2023.08.15. (사진 = 펜타포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뉴시스]이재훈 기자 = 1980년대 대만 뉴웨이브 영화가 있었다면, 2020년대엔 대만 뉴웨이브 밴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의 로맨틱 팝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snet Rollercoaster·落日飛車), 매스록(mathrock) 밴드 '엘리펀트 짐', 시적인 노랫말과 몽환적인 선율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데카 조인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대만 밴드들은 최근 K팝과 J팝 등 '아시안 팝'의 강세 속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고 있다. 개인이 겪은 사실적인 노랫말을 세련된 사운드에 얹어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이런 밴드 군에 2018년 결성된 타이베이 출신 록 밴드 '웬디 완더(Wendy Wander·溫蒂漫步)'도 빼놓을 수 없다.

베이스 겸 보컬 장양(Yang), 기타 겸 보컬 층니(Zeng Ni), 기타 웨이샹(Wei Xiang), 드럼 아 루에이(Ray), 키보드 야우 류(Jonathan) 등 5인조로 구성된 이 팀은 2020년 발매한 첫 정규 음반 '스프링 스프링(Spring Spring)'으로 단숨에 눈도장을 받았다. 사이키델릭 록, 포크, 드림 팝 등 다양한 장르를 본인들 개성으로 뭉쳐 나른한 사운드를 선보인다.

지난 6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2023' 출연 당시 한낮인 오후 12시 무대에 올랐는데, 몽환적이면서 청량한 사운드에 매혹돼 음악 마니아들은 땡볕 아래에 있다는 걸 잊었다.

공연 직후 실제 만난 다섯 멤버들은 말 그대로 20대 청춘이었다. 밝고 해맑았고 무엇보다 작은 것에도 크게 웃었다. 내한공연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이미 지한파(知韓派)였다. 층니는 톱 가수 겸 배우 아이유(IU·이지은)를 떠올리며 만든 곡까지 있을 정도로 그녀의 열렬한 팬이고, 장양도 국내 밴드 '혁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또 멤버들은 국내 장수 예능인 SBS TV '런닝맨'의 오랜 시청자라며 래퍼 게리가 출연하던 시절 송지효와 엮여 '먼데이(월요)커플'로 불리던 것까지 기억했다. 다음은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종종 한국어를 섞어 멤버들은 답했다.

-펜타포트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이런 국제적인 무대에 서는 게 처음이라 모든 것이 마냥 설레고 즐겁고 신나요. 대단한 다른 아티스트들 보는 것도 신기하고요."(장양)

-웬디 완더는 어떻게 결성된 팀인가요?

"대학에서 만난 친구들로 구성이 됐어요. 층니와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대학도 같이 왔죠. 대학 교수님이 과제로 '밴드 하나 만들어봐라'고 말씀 하셨고 이렇게 얼떨결에 밴드를 하게 됐네요."(장양)

-팀명은 어떻게 짓게 된 건가요?

"가족이 미국에 살아서 1년에 한번쯤 가는데 그곳에서 '웬디스 버거'를 먹는 걸 좋아해요. 버거를 먹으면서 편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는(wander) 것을 좋아하죠. 멤버들과 밴드 이름을 짓기 위해 논의를 하다 이 이야기를 무심코 꺼냈는데 괜찮다고 해서 짓게 됐습니다. 하하."(장양)

-오늘 공연에서도 부른 대표곡 '아이 원트 투 비 위드 유(I want to be with you)'로 인기를 누리게 됐는데 이 곡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요?

[인천=뉴시스] 웬디 완더. 2023.08.15. (사진 = 펜타포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어를 섞어서) 예전에 여자친구를 아끼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에요. 기억이 오래 돼 상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 때 당시의 마음을 담으려고 했습니다."(층니)

-웬디 완더의 음악은 감성적인데요. 본인들의 음악을 한 가지 표현으로 정리하자면요?

"우정(friendship)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희 음악은 하나에서 영감을 받는 게 아니에요. 다 같이 연주를 하고 의견을 제시해 만들어가기 때문이죠. 저희 밴드에서 음악은 부수적이에요. 저희가 각자 가지고 있는 연결점이나 케미스트리가 가장 중요하죠."(장양)

-층니 씨와 장양 씨의 더블 보컬 체제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담백한 여성 보컬, 솔(Soul)풀한 남성 보컬이 잘 조화를 이뤄요. 화음도 인상적입니다.

"색깔이 다른 두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저희 밴드의 개성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서로의 목소리를 엄청 좋아해요. 하하."(층니·장양)

-밴드 멤버 각자 영향을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요?

"전 아이유의 빅팬이에요. '온리 원' 아이유입니다."(층니)

"혁오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음악은 물론 스타일, 목소리도요."(장양)

"전 저우제룬(周杰倫·주걸륜) 노래를 어릴 때부터 많이 들었어요."(야우 류)

"일본 밴드인 '페이 머니 투 마이 페인(Pay money To my Pain)' 음악을 좋아해요."(아 루에이(Ray))

"(영국 싱어송라이터인) 리아나 플로레스(Liana Flores) 음악을 최근 많이 들었어요."(웨이샹(Wei Xiang))

-2021년 발매한 EP '릴리(Lily)'는 멜랑콜리한 느낌인데 짝사랑에 대한 노래 같아요. 가상의 대상이 있었나요?

[인천=뉴시스] 웬디 완더. 2023.08.15. (사진 = 펜타포트 사무국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가 작사, 작곡한 '포 릴리(For Lily)'는 아이유 선배님(층니는 선배님이라고 콕 집어 얘기했다)을 떠올리면서 만든 곡이에요. 아이유 선배님의 영어 이름이 '릴리(lily)'거든요.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커요. 아이유 선배님을 실제 보게 된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울어버릴 지도 몰라요."(층니)(층니는 아이유 때문에 한국어를 배웠다고 했는데 꽤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이번 펜타포트를 비롯 대만을 넘어서 다른 나라에서 공연하는 횟수가 늘고 있습니다.

"홍콩, 한국, 마카오에서 공연을 했어요. 올해 2월 홍콩에 처음 갔는데 티켓이 매진됐었고 지난 주에 홍콩에서 또 공연을 했는데 1500장이 매진됐습니다. 한국 관객분들도 호응을 너무 해주시고 에너지도 좋아서 즐겁게 공연했어요. 일본, 태국도 가는데 기대 중입니다."

-요즘 웬디 완더를 비롯 대만 밴드들이 전 세계적으로 강세입니다. 멤버분들도 이런 흐름을 느끼나요?

"네 대만 밴드에 대한 반응이 있다는 걸 저희도 느끼고 있어서 좋은데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어요. 아무래도 중국어 위주로 노래를 하다 보니, 다른 나라 분들이 진정 저희 음악을 즐겨주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거든요. 어떻게 하면 저희 음악을 더 즐겨주실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계속 열심히 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장양)

-밴드에서 우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이미 여러 악기를 미디로 찍을 수 있는 시대에 한국에선 밴드 음악도 방구석에서 홀로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밴드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대학 다닐 때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연습실에서 잼을 하며 같이 연주하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무엇보다 혼자서 고심하는 것보다 저마다 좋아하는 장르가 달라서 함께 아이디어를 조합해 이런저런 느낌으로 합주를 하다 보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죠. '이걸로 하자'로 같이 동의하면서 일궈나가는 과정을 즐겨요."(야우 류·장양)

-향후 계획은요?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올해 11월 말이면 나올 거 같아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다음에 한국에 오게 된다면, 꼭 단독 공연을 하고 싶어요."(멤버 모두)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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