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美 ‘9월 금리동결설’… 전문가들 미국 주식 전망은 [뉴스+]

조성민 2023. 8. 1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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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플레이션 둔화 지표에도 뉴욕증시 단기 조정 분위기로
7월 PPI 예상치 넘고, 유가 연중 최고…‘9월 금리동결설’에 찬물
일각선 “‘인플레이션 둔화’ 약발 다해…추가 호재 필요” 분석도

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오는 ‘9월 금리동결설’에 쏠리고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회의와 관련해 인상도 동결도 가능하다며 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는 16일(현지시간) 나올 연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은 지난 7월25~26일 열린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0%로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최근 발표된 7월 근원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보다 소폭 둔화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에 ‘9월 금리동결설’은 힘을 받았지만, 다음날인 11일 나온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며 다시 ‘불안’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유가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8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만큼 빠르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만약 9월 FOMC에 앞서 나오는 8월 CPI가 비슷한 추세를 보여준다면 연준은 9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끝났으며 한동안 이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신호를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그렇지 않을 경우 연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긴축 기조를 계속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워싱턴DC 신화=연합뉴스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 속 ‘불안’

7월 PPI는 전달의 보합 수준에서 0.3%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 수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0.2% 상승을 웃돈다. 특히 서비스 비용이 전달보다 0.5% 올라 2022년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상품 가격은 0.1% 하락했다. 미국의 PPI는 5월에 0.3% 하락한 후 6월에 보합, 7월에 다시 0.3% 오른 것이다. 7월 PPI는 전년 대비로는 0.8% 올랐다. 이보다 하루 전날 나온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올라 전달의 3.0% 상승보다 올랐으나 시장의 예상치인 3.3%보다는 낮았다. 근원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올라 전달의 4.8% 상승에서 둔화했고, 시장의 예상치도 밑돌았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추세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전망은 유지됐다. 그간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에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하락했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3%로 전달의 3.4%에서 하락했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2.9%로 전월의 3.0%보다 소폭 하락했다. 미시간대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71.2로 전달의 71.6에서 떨어졌다. 전달 수치는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였다.

2년물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7bp가량 오른 4.89% 근방에서, 2년물 국채금리도 8bp가량 상승한 4.16% 근방에서 거래를 마쳤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9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88.5%로 전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연준이 아직 승리를 선언할 때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전략가는 CNBC에 “도매 가격의 상승은 지표를 따르는 연준이 아직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라고 말했다. 그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늘 보고서는 연준이 최종금리에 도달하기 전에 또 한 번 더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강경파들에게 추가적인 빌미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KCM 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는 마켓워치에 “현재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는 9월 금리동결 시나리오에 부합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러나 시장은 지금부터 9월 회의 전에 8월 CPI가 나올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약간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시장의 움직임은 “여러가지가 합쳐진 결과다”라며 비용 절감으로 많은 기업들의 순이익은 예상치를 웃돌지만, “매출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최근 증시 조정은 건강한 것”…추가 호재 필요성 대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시장의 부진은 예상했던 수준이며, 최근 들어서는 지표의 흐름이 이전보다 덜 명확해지면서 골디락스 분위기가 약화했지만, 최근의 조정이 과매수 상태에서 건강한 상태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UBS의 제이슨 드라호 자산 배분 담당 팀장은 보고서에서 “2주 전에 우리는 단기적으로 시장이 경제에 대한 새로운 지표가 충분해 연준이 다음 방향에 대한 신호를 줄 때까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라며 “이달 시장의 고르지 못한 모습은 당시의 전망과 일치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8월 유동성이 낮아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여름 초반에 나타난 재료만큼 선명하지 않은 뉴스 흐름에 골디락스 연착륙 이외의 시나리오로 생각이 돌아섰다”라고 지적했다.

오펜하이머의 존 스톨츠퍼스 전략가는 CNBC에 “7월 말 이후 광범위한 시장의 일부 조정은 강세장의 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에 생기를 가져오는 일시 중단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일어난 조정은 ‘정돈’이나 ‘다듬기’ 정도로 보인다”라며 “이러한 후퇴가 강세장 종결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건강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예상보다 낮은 CPI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약발이 다한 만큼 랠리를 위해서는 추가 호재가 필요하다는 시장 평가도 있다. 지난해의 경우 CPI 발표 당일 S&P500지수가 1% 이상의 변동성을 보인 경우가 6차례였지만, 올해는 1차례에 그칠 정도로 CPI에 대한 증시 반응이 무디어진 상태다.

주식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높고, 금리가 상승한 미 국채가 매력적인 대체 투자자산으로 떠오른 점도 주가 상승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데이터스트림에 따르면 S&P500지수의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9배로 장기 평균인 15.6배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10년물 미 국채금리가 4%를 웃돌고 6개월물 국채금리는 5.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채 대비 주식의 매력도를 나타내는 주식위험프리미엄(ERP)은 최근 10년 새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게다가 CFRA 리서치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8∼9월은 증시 성적이 저조한 경향이 있으며, 1945년 이래 S&P500지수 성적이 가장 안 좋았던 달과 3번째로 안 좋았던 달이 각각 9월과 8월이었다는 것이다. 크레셋 캐피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잭 애브린은 7월 CPI 발표에 대해 “좋은 소식이지만 S&P500지수 수준에 완전히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면서 “이러한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등의 순풍이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투자자문사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채권전략가인 가이 르바는 최근 몇 달간 CPI 발표가 시장에 중요하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보면서 “인플레이션 위기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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