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가 해야”… 정부의 日강제동원 변제 제동
광복절인 15일 법원 “제3자 변제 안 돼”
손해배상제도 취지 몰각시킬 우려 이유
전주지방법원 민사12단독(강동극 판사)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박해옥(1930년~2022년) 할머니의 자녀에 대한 ‘배상 판결금 공탁 불수리 결정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1930년생인 박해옥 할머니는 순천 남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15살이던 1944년 5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에 강제 동원됐고, 이듬해 10월 귀국할 때까지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이후 박 할머니는 1999년 3월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11월 11일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어 2012년 10월 24일에는 일본 강제 동원 피해자 4명과 함께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에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과 2심 승소에 이어 6년 1개월여 만에 2018년 11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미쓰비시쪽은 3년이 넘도록 배상 이행과 사죄를 하지 않았고, 결국 박 할머니는 2022년 2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내놨지만, 박해옥 할머니의 유족은 이를 거부했다. 이에 정부는 법원에 공탁 형식으로 배상에 나섰다.
강 판사는 “채권자(박해옥 할머니 유족)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데도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정부)의 변제를 허용하는 것은 손해배상제도의 취지와 기능을 몰각시킬 염려가 있다”며 “이 사건은 민법 제469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제3자 변제가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 공탁서를 보면 채권자가 제3자 변제에 관한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기각 결정에 대해 재단은 항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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