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리고 여론 단속… '제2의 리먼' 우려에 中 대응 잰걸음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김희정 기자 2023. 8. 1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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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이 경제지표와 실업률 등을 발표하고 있다./사진=현지방송캡쳐

부동산발 쇼크가 중국발 '제2의 리먼'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짙은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하하며 진화에 나섰다.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이 촉발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다른 부동산업체는 물론 금융권으로 확산하자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완화에 나선 것.

이에 따라 시장에선 다음주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될 가능성을 높게 본다. 그러나 7월 경제지표까지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상황이 반전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발 악재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기를 맞은 중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번지는 부동산 위기, 부진한 경제지표에 금리 깜짝 인하
중국국가통계국은 7월 중국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5% 늘어난 3조6761억위안(약 676조원)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발표했다. 소매판매 증가율 2.5%는 로이터통신 등 기관 예상치 4.5%를 크게 하회한다. 중국 소매판매는 지난 4월 18.4% 증가로 정점을 찍은 후 증가폭을 계속해서 반납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7월 산업생산도 전년 동월 대비 전망치인 4.4%를 하회해 3.7% 증가에 그쳤다. 3월(3.9%), 4월(5.6%), 5월(3.5%), 6월(4.4%)에 비해 증가폭이 줄었다. 부동산 개발투자와 누적 분양주택 판매면적 등도 1~7월 누적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당폭 줄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표로 확인되고 부동산 위기까지 번지자 중국 당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기존 2.65%에서 2.50%로 15bp(베이시스포인트) 인하했다.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도 1.8%로 10bp 내렸다. 현지언론은 이를 통해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이 시중에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즈호은행의 수석 아시아 외환전략가 켄 청은 로이터에 "이번 깜짝 금리 인하는 신용 데이터와 중국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한 신속한 대응이었다"며 "(이는) 위안화 절하 압력을 7.3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지원을 위해 대출우대금리(LPR) 특히 5년 만기 LPR를 인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앞서 로이터 설문조사에선 시장 전문가 26명 중 20명(77%)이 인민은행이 MLF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중 간 금리격차가 더 벌어지면 자금유출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 6월에 이어 다시 인하를 선택했다. 내수가 부진하고, 부동산 쇼크가 확산하는 상황을 그대로 두고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인민은행
中 금융총국 긴급회의, 부동산발 위기 대책 논의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은 지난 14일 긴급회의를 열고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 중즈(中植)의 지급중단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인민은행의 단기 정책금리 인하 역시 긴급회의에서 논의된 대책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날 중즈 산하 중룽(中融)국제신탁은 3500억위안(약 64조원)대 지급중단 상태에 빠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

중즈는 지난해 중국 부동산 경기 호조를 점치고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碧桂園)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비구이위안이 디폴트(지급불능) 위기에 빠지면서 중즈까지 덩달아 고객 예치금 지급을 미루는 사태로 번졌다. 연말까지 내야 할 이자만 58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 이른다. 국유 부동산기업 위안양(시노오션, 遠洋)도 디폴트 위기다. 부동산에 의존하는 부분이 큰 중국 내 신탁사로 충격이 빠르게 전이될 전망이다.

제2의 리먼 사태가 될 수 있다는 불안에 국제 사회의 우려는 짙다. 2조9000억달러(약 3880조원)에 이르는 중국 투자신탁 시장을 지탱하는 가장 큰 축이 바로 부동산이다.

블룸버그는 "중즈는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거라고 보고 비구이위안에 대거 투자했지만 비구이위안이 디폴트 위기를 맞았다"며 "여파가 중즈와 중룽 뿐 아니라 다른 업체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비구이위안 사태가 중국 리츠(REITs)의 자금 조달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0.3~0.4%p까지 끌어내릴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청년실업률 돌연 공개 중단… 사회 충격 의식한 듯
사회적 충격을 의식해 여론 단속에도 나섰다. 중국 정부는 이날 7월 실업률이 5.3%로 전달 대비 0.1%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중국사회 초미의 관심사인 청년(16~24세) 실업률은 공개를 중단했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악화하는 경제지표에 청년실업률까지 고공행진할 경우의 내부 충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중국에서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특히 올 3분기엔 사상 최대규모인 1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시장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졸자는 쏟아지지만 경기 부진으로 고소득 일자리는 급감했다. 그냥 드러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탕핑(?平)이나, 사회가 썩어가도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바이란(擺爛) 등이 청년층에 일종의 저항 구호로 자리잡을 정도다.

푸 링후이 중국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2022년 16~24세 도시 청소년 9600만명 중 6500만명 이상이 학생인데,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을 노동인구 조사에 포함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청년에 대한 연령대 정의에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예 청년실업의 기준이 되는 연령구분도 손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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