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잘 여군?” 상습 성희롱 헌병대장, 징계 반발해 소송냈지만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연합뉴스

[서울경제]

여군을 향해 수차례 성희롱 발언을 일삼은 육군 헌병대장이 감봉 2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뒤 이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2심에서도 패소했다.

15일 대전고등법원 1행정부(부장 이준명)는 헌병대장 A씨가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2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고 헤럴드경제가 보도했다. 법원은 소송 비용도 A씨 측에서 부담하도록 명령했다.

육군 소위로 임관한 A씨는 대령으로 진급해 2018년 2월부터 육군의 한 군단 헌병대장으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여군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차별적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8월 A씨는 부대 워크숍 장소를 둘러보던 중 2층으로 올라가며 “2층에서 나랑 잘 여군?”이라고 물었다. 또 풋살을 하는 여군을 가리키며 “OO이 진짜 꿀벅지 아니냐”고 부대원들 앞에서 내뱉었다.

이 외에도 또 다른 여군에게 회식 자리에서 “예쁜 △△이 따라 주는 술이 맛있다”고 말했고 구보를 인솔하는 여군을 가리켜 “병사들이 뛸 맛이 나겠냐, 사기 저하시킨다” 등의 발언을 부대원들에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와 같은 그의 언행은 국민신문고 게시판에 익명으로 민원이 게재되며 알려졌다.

육군본부 징계심의위원회는 2019년 7월 A씨에게 감봉 2개월 징계 처분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A씨가 군인복무기본법상 군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성희롱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A씨 측은 해당 처분에 불복했지만 국방부 항고심의원회에서 기각됐다. A씨는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징계취소 소송을 냈다.

지난해 8월 1심 법원은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A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함에 따라 2심 재판이 열렸다.

A씨 측은 2심 재판에서 “문제가 된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한 적이 있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나랑 잘 여군’ 발언은 “단지 군인 사이의 동숙을 의미하는 것”이고 ‘꿀벅지’는 “축구 실력을 칭찬하는 취지일 뿐 성희롱이 아니다”라며 항변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심도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국민신문고 게시판에 올라온 글 내용과 다수의 피해자 증언에 비춰봤을 때 A씨가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해당 표현들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 “꿀벅지는 성적 매력이 있는 표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이고 ‘나랑 잘 여군’이란 표현도 여군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취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육군 징계규정에 따르면 감봉이 아니라 (더 무거운) 정직 등도 이뤄질 수 있었다”며 “육군본부 징계심의위원회가 이보다 낮은 감봉을 결정했으므로 징계 수위가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감봉 2개월 징계 처분은 적당하다고 일축했다.

이에 A씨 측은 2심 판결도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