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학교에 '녹음' 상담전화 둔다…도교육청-전교조 합의
학교에 녹음 가능한 전화 설치…녹음 방법은 '검토'
학생수 천 명 넘는 학교에 학생상담인력 추가 배치
특수교육교사 '행정업무' 경감…현장실습 노무도 해소
전남도교육청-전교조, 분위기 전환 감지…회복 기대
'교사에게 가르칠 환경을, 학생에게 배울 환경을'
■ 진행 : 최창민 기자 ■ 제 작 : 전남CBS 보도제작국, 정혜운 작가
■ 대담 : 전교조 전남지부 최민상 정책실장
◆ 최민상> 안녕하십니까?
◇ 최창민> 서이초 사건 이후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그동안 호소해 왔던 여러 고충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데, 최근 이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 최민상> 맞습니다. 11일부터 전남교육청과 교육단체들이 TF를 구성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 최창민> 전교조 말고 다른 교육단체는 어딘가요.
◆ 최민상> 교총과 교사노조 그리고 상담노조 등이 있습니다.
◇ 최창민> 전교조는 도교육청과 정책협의회를 열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자리였나요?
◆ 최민상> 전교조 전남지부는 단체협약을 근거로 정책협의회를 학기당 한 번씩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협의회는 1학기 중에 설문조사와 현장교사 의견을 모아서 6월에 확정했고 7월 25일까지 도교육청과 사전 협의를 통해서 의제를 확정하고, 5차례 협의와 교육감 면담을 통해서 8월 9일, 52개 의제 중 49개 안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 최창민> 채택된 안건을 살펴보면 학교에 민원 상담 전용 전화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요.
◆ 최민상> 녹음이 가능한 민원 응대 전화기를 학교 및 교육 행정기관에 설치하고 교권 침해 예방 및 통화 예절에 관한 안내 멘트를 삽입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희들은 2-3년 전부터 꾸준히 요구했던 사업입니다.
◇ 최창민> 부모들의 연락이 교사들을 힘들게 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주변에 있는 선생님들도 이런 경험, 많이 토로하시죠.
◆ 최민상> 아주 많죠. 대개 민원은 전화를 통해 시작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전화를 하죠. 물론 학부모들이 교사들에게 연락해서 서로 소통하는 건 나쁜 건 아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연락하고 그 전화에서 지켜야 될 선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재하거나 완화시키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최창민> 민원 상담 전화는 모든 학교에 설치하나요.
◆ 최민상> 맞습니다.
◇ 최창민> 운영은 어떻게 하나요.
◆ 최민상> 저희들이 제안한 내용은 녹음이 가능한 전화기였습니다. 모든 전화를 녹음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로 들어오는 외부 전화를 녹음하는 시스템을 두고, 혹시 발생되는 여러 가지 법률 소송 등 여러 가지 문제에 교사들을 직접 보호해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학부모들이 교사들과 노출되는 시간들을 제한하자는 것입니다.
◇ 최창민> 유명 웹툰 작가 사건 때도 녹음이 문제가 됐잖아요. 민원 상담 전화를 녹음하는 거는 문제가 안되나요.
◆ 최민상> 문제는 없고요. 두 가지 시스템입니다. 첫 번째는 전화기 자체에 녹음 기능이 있어서 교사들이 필요한 경우에 녹음을 실시하도록 하는 경우, 다른 교육청에서 이미 발표한 내용인데 서버에 모든 외부 전화를 저장하고 필요시에 열람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둘 중 하나의 방법일 겁니다. 도교육청은 두 가지 다 검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추후에 지켜봐야 될 것 같습니다.
◇ 최창민> 일각에서는 교감이나 교장이 행정이나 민원 업무를 전담하고 교사는 수업만 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요.
◆ 최민상> 맞습니다. 교육활동 중에 발생하는 일상적인 소통은 교사가 해야 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도가 지나치는 요구나 악성 민원까지 교사가 온전히 담당해야 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과도한 요구나 악성 민원 이러한 부분은 학교 관리자가 담당하고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 최창민>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가 됐나요?
◆ 최민상> TF에서 자세하게 논의될 것 같습니다.
◇ 최창민> 학생 상담 인력을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는 말도 들립니다.
◆ 최민상> 전남 모든 학교에 상담교사가 배치돼 있지는 않습니다. 100명 이상 중대규모 학교에 상담교사가 있는데, 문제는 1000명 이상 아주 대규모 학교를 말합니다. 대규모 학교에도 한 명의 교사가 상담 활동을 담당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문제제기를 했고, 그런 문제에 대한 교육청의 공감을 이뤄냈고 추가 상담 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으로 합의했습니다.
◇ 최창민> 특수 교육 현장도 재조명됐죠.
◆ 최민상> 맞습니다. 특수교사가 이번 교권 침해 사례에서 가장 재조명된 곳인데 특수교사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눈물 날 지경입니다. 맞고 뜯기고 이런 것은 일상사고, 응당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교사들은 감내하고 교육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최창민> 학생들한테 맞는 사례가 많다?
◆ 최민상> 네. 특수교사 선생님들은 굉장히 괴롭고 힘들긴 하지만 수업은 해야 된다는 사명감으로 정말 열심히 교육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몇 가지 제안한 게 있었습니다.
◇ 최창민> 어떤 내용이었나요.
◆ 최민상> 교육지원청에 특수교육지원센터가 있습니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특수교사들은 각 학교의 특수 순회 교육을 위해서 배치돼 있는데, 센터의 행정업무까지 담당하는 사례가 많아서 행정업무가 중심인지 교육활동 중심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정업무를 대폭 경감하는 조치를 합의했고, 단위 학교나 기관에서 특수 학생의 재학생과 졸업생의 현장 실습 차원의 일자리 사업이 있습니다. 고용과 출퇴근 관리, 임금 이런 것까지 특수교사가 담당한다고 해서 이 부분이 해소되도록 했습니다.
◇ 최창민> 특수교사가 교육하는 것도 힘든데 행정업무가 굉장히 많았군요.
◆ 최민상> 맞습니다.
◇ 최창민> 또 다른 내용은요.
◆ 최민상> 전남 교사들의 교육 복지 개선을 위해서 맞춤형 복지 포인트를 200점 이상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 또 갑질 근절 정책 자문단을 구상하기로 합의했고, 유치원 교사들도 교권 침해 사례에 굉장히 많이 노출돼 있는데, 유치원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을 위해 합의했습니다.
◇ 최창민> 한 3가지 정도는 합의가 안됐다고요.
◆ 최민상> 굉장히 아쉽습니다.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판단을 했는데, 규모가 큰 특수교육지원센터의 지원 인력을 배치한다, 중고등학교 방과 후 수당 인상, 왕복 거리가 30에서 60km인 겸임근무 순회 교사의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 등이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교직원 임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입니다. 실질적으로 시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와 젊은 교사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 최창민> 앞으로 꾸준히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네요.
◆ 최민상> 맞습니다. 일 년에 두 번 정책협의회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보완하고 현장교사 의견들을 더 모아서 필요한 내용들을 요구할 생각입니다.
◇ 최창민> 오늘 주제와는 좀 벗어난 질문일 수 있겠는데요. 그동안 전교조와 전남도 교육감 사이에 불편한 기류가 있었거든요.
◆ 최민상> 맞습니다. 작년 하반기에 정책협의회가 결렬됐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교육청과 전교조의 관계가 약간 좋지 못해서 이뤄진 일이라고 보여지고, 그에 따라 현장 교사들의 불만도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것들을 의식했는지 이번에 전남교육청과의 정책협의회는 굉장히 협조적인 분위기로 진행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협력적인 분위기 또 신뢰하는 노사관계가 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고 더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창민> 국회에서도 교권 보호 강화를 위해 여러 가지 개정안들이 나오고 있어요. 서동용 의원의 경우에는 그동안 형법상 상해와 폭행 협박 등에 해당하는 범죄만 교육활동 침해 행위로 인정해 왔는데 개정안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무고 등을 추가하고 또 교육활동 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학교 내 괴롭힘 등을 추가했거든요. 이 부분 어떻게 보시나요?
◆ 최민상>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극단적 선택으로 드러난 학교 현장의 문제는 총 3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아동학대법을 확대 해석해서 정당한 교육활동이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신고가 되는 것을 막자, 두 번째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교사들에게 직접 노출되는 걸 막자, 세 번째 교권을 침해하는 학생에 대해서 정당하고 합당한 지도를 교사가 할 수 있게 하라는 겁니다. 이 세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개정안으로 큰 방향에서 동의하고 있습니다.
◇ 최창민> 우리가 놓치고 있는 학교 내 또 다른 인권은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최민상> 매주 토요일 전국 교사들이 서울에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서이초 교사 죽음의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고 아동학대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기서 '교사에게 가르칠 환경을, 학생에게 배울 환경을'을 외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안전하게 서로를 존중하며 교육할 수 있는 학교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 최창민> 지금까지 전교조 전남지부 최민상 정책실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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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소민정 프로듀서 cbsso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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