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예천 수해 피해 한달…겉모습 되찾았지만 여전한 상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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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서 주는 거 입고, 주는 거 신고하는 거지 뭐."
경북 예천군 수해 피해 발생 한 달이 흐른 15일 인명피해가 컸던 감천면 벌방리에서 만난 유순악(87)씨는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대피할 때 입고 나온 옷이랑 양말이 전부"라며 "급하게 나오느라 틀니도 챙기지 못했다"고 허탈한 듯 웃었다.
유씨를 비롯한 11세대는 다음 주 벌방리 마을회관 앞 임시 조립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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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실종자 2명 못 찾아 안타까워"…수색 작업은 계속
(예천=연합뉴스) 윤관식 박세진 기자 = "마을회관에서 주는 거 입고, 주는 거 신고하는 거지 뭐."
경북 예천군 수해 피해 발생 한 달이 흐른 15일 인명피해가 컸던 감천면 벌방리에서 만난 유순악(87)씨는 이렇게 말했다.
벌방리 마을은 겉보기에 제 모습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유씨를 비롯한 몇몇 주민들은 한 달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산사태로 집이 떠내려가 버려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상황은 여전했다.
유씨는 "대피할 때 입고 나온 옷이랑 양말이 전부"라며 "급하게 나오느라 틀니도 챙기지 못했다"고 허탈한 듯 웃었다.
유씨를 비롯한 11세대는 다음 주 벌방리 마을회관 앞 임시 조립주택에 입주할 예정이다.
그는 "언제까지 임시 조립주택에 있을 수도 없는 거고, 막막하기 그지없지만 또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작업자들은 내리쬐는 햇볕 속 막바지 조립주택 공사에 구슬땀을 흘렸다.
조립주택은 28㎡, 약 8.5평 규모로 상하수도와 전기, 냉·난방시설, 주방, 화장실 등을 갖췄다.
산사태로 토사가 덮쳤던 주택과 마을 도로는 겉보기에 말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굴삭기 등 중장비와 복구 인력도 대부분 철수했고 소방대원들이 남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눈길을 돌리자 텅 빈 주택들이 곳곳에 방치된 채 남아 있어 상흔은 여전해 보였다.
한 주택에는 오늘이 광복절임을 알리 듯 태극기만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주민 A씨는 "복구는 큰 틀에서 다 끝나고 재건해야 한다. 주민들은 생업을 위해 밭에 나가고 있는데, 밭이 완전히 망가져서 손을 못 대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사람이 없어 정적이 흐르는 골목길에는 간간이 '犬 진순이'의 울음소리만 울렸다.
진순이는 지난 15일 새벽 산사태에 떠내려갔다가 27시간 만에 생환해 마을 주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실종자 2명이 발견되지 않은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한 주민은 "여기가 살기 좋다고 해서 왔을 텐데 안 됐지, 안 됐어"라며 "다른 동네 실종자는 다 찾았는데 벌방리 사람만 못 찾았다"고 말끝을 흐렸다.
다른 주민은 "벌방리 수색은 다 끝난 걸로 알고 하천 일대에서 주로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얼른 찾아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벌방리에서는 지난 15일 새벽 남편과 함께 대피하다 집과 함께 휩쓸려 실종된 윤보래(62)씨와 집과 함께 하천으로 떠내려간 김모(69)씨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폭염 속 소방 당국은 연일 수색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소방 당국은 강창교∼하류 4㎞, 간방교∼경천교, 상주보∼낙단보, 형호교∼경진교 등 수색 반경을 하천 중심으로 넓혀 실종자를 찾고 있다.
psik@yna.co.kr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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