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받되 상생 도모해야"…서대문형무소 구름 인파 광복절 의미 되새겨
(서울=뉴스1) 한병찬 문혜원 기자 = "과거는 분명 사과받아야 하지만 미래 한일 관계는 또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타종 행사가 열린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만난 신이나씨(41)의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보신각을 찾은 신씨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오고 싶어 해 경기도에서 버스를 타고 왔다"며 "사과는 분명히 받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향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보신각 앞은 시민들의 발길로 북적였다. 낮 12시가 되고 보신각 종이 울리자 모두가 숙연한 마음으로 순국선열을 기렸다.
이날 행사는 '1945 그날의 함성, 오늘, 그들 여기에…'를 주제로 진행됐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독립유공자 후손 등 11명이 3~4명씩 3개 조로 나눠 각각 11번씩 총 33번 종을 쳤다. 보신각에서 진행하는 광복절 타종행사는 1949년부터 이어져 왔다.
잼버리가 종료된 후 아이들과 함께 서울을 찾은 외국인 가족들도 종소리에는 대화를 멈추고 종을 바라봤다.
헝가리에서 온 네멧 이스트반씨는 무슨 행사인지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행사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서만 하는 큰 행사냐"고 되물었다. 이스트반씨는 행사가 신기한지 연신 사진을 찍고 공연이 종료될 때는 열심히 박수를 쳤다.
타종 행사가 끝나고 시민들은 다 같이 광복절 노래를 불렀다.
같은 시각 옛 서대문형무소가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는 '2023 서대문독립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옛 서대문형무소는 3·1 만세운동으로 체포된 유관순 열사가 순국하는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고난을 겪은 장소다. 이날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쯤 찾은 서대문형무소는 입장하려는 시민들로 긴 줄을 이뤘다. 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태극기가 들려 있었다. 9시 25분쯤에는 대기 인원만 290여명에 달했지만 광복절을 기념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초등학교 딸 3명과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한 박명길씨(40)는 "광복절과 독립에 대한 의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왔다"며 "딸들이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익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의 딸인 박예담양(12)도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날로 알고 있다"며 "오늘 독립운동가가 어떤 일을 하셨는지 배우고 싶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가족들과 한복을 맞춰 입고 온 김민혁(13)군은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아빠랑 둘이 공부하며 한국사 1급도 취득했다"며 "광복절을 기념하고 되새기기 위해 왔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서대문 형무소의 아픈 역사를 둘러보고 있던 초등학교 6학년 이충호군(13)은 "일본에서 먼저 사죄하고 잘못된 부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원만한 관계가 이어진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함께 온 최용석씨(50)는 "저희 외할아버지가 독립유공자이신데 여기 유품이 있어서 아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방사능 오염수 등 일본과 정치적, 외교적 문제가 많지만 너무 배척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학생 아들딸과 방문한 임도환씨(41)도 "나라를 지켜준 조상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왔다"며 "과거에 대한 사과는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니 원만한 관계였으면 좋겠단 마음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정부 출범 후 자유,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안보 협력, 첨단 기술 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다며 일본을 안보, 경제의 협력 파트너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며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bc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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