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2분기, 충당금이 희비 갈랐다…부동산 펀드 뇌관은 여전

김근희 기자 2023. 8. 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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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투자증권·한투증권 '깜짝실적'…미래·하나는 순이익 감소
주요 증권사 2분기 순이익/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주요 증권사들의 2분기 실적이 CFD(차액거래결제)와 부동산 펀드 손실 충당금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다행히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일부 증권사들이 IB(기업금융) 부문에서 성과를 내면서 우려했던 실적 쇼크는 없었으나, 부동산 이슈는 여전히 증권사들의 뇌관으로 남았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1409억원, 영업이익은 156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7%와 51.2% 감소했다. CJ CGV 전환사채 평가손실과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에 발목이 잡혔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일회성 손실이 930억원에 달했다"며 "미수채권 대손상각비나 CJ CGV 전환사채 관련 평가손실 170억원도 있지만 해외 상업용 부동산 등의 투자목적자산 관련 손실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순손실 489억원, 영업손실 32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역시 충당금 탓이 크다. 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의 2분기 충당금이 900억~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의 2분기 순이익은 22.76% 증가한 1334억원, 영업이익은 42.14% 증가한 1809억원을 기록했으나,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키움증권 역시 충당금이 문제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경우 브로커리지(위탁매매)는 여전히 좋았으나 CFD(차액결제거래) 충당금과 운용수익 하락에 따라 순이익이 추정치를 하회했다"며 "CFD 관련 충당금은 600억~700억원, 해외부동산 펀드 평가손실은 1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충당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브로커리지와 IB 수익이 좋은 증권사들의 경우 올 2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순이익 1826억원, 영업이익 2204억원을 기록,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올렸다. 순이익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2.70%와 43% 증가한 수치다.

앞서 시장에서는 NH투자증권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CFD 관련 충당금으로 인해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NH투자증권의 2분기에 반영한 충당금은 3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또 채무보증관련수수료, 오스템임플란트 관련 패키지 딜 등에 힘입어 IB 수수료가 전 분기 대비 218% 증가하면서 2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증권의 순이익은 1515억원, 영업이익은 2004억원으로 각각 10.77%와 9.66% 성장했다. KB증권의 순이익은 57.15% 증가한 1103억원, 영업이익은 127.27% 증가한 194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2분기 충당금이 약 500억원, KB증권의 충당금이 130억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충당금 규모가 1000억원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브로커리지, IB 등에서 큰 성과를 내며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순이익은 1690억원, 영업이익은 1596억원으로 각각 127.97%와 22.22% 증가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CFD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약 1000억원이 적립됐으나 연결대상 펀드 평가이익과 베트남과 홍콩 현지법인의 손익이 이를 모두 상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들 대부분이 2분기에 거액의 충당금을 쌓은 만큼 CFD 관련 문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부동산 PF와 해외부동산 펀드 문제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문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CFD 관련 충당금 적립이 2분기 중으로 마무리되어 향후 추가적인 적립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익스포저가 높았던 증권사의 경우 신규 PF 딜 부재로 인한 수수료 수익 감소와 해외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펀드 평가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단,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많이 증가할 것"이라며 "브로커리지 점유율이 높은 증권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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