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출하는 근로자 온열질환…‘물·휴식·그늘’로 열사병 예방 [산업안전 PLUS]
제6호 태풍 ‘카눈’이 할퀴고 간 자리에 또다시 ‘찜통더위’가 찾아왔다. 지난달 장마가 끝난 뒤 무더위가 본격 시작된 후에는 이달 들어 하루 100명 안팎으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산업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근로자들 역시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작업 중이며, 그만큼 온열질환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현장에선 어떤 작업 수칙이 지켜져야 하는지 자세하게 살펴본다. 편집자주
■ 온열질환 산재 5년간 152명…절반 이상이 건설현장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간 여름철 온열질환으로 인한 산업재해 근로자는 총 152명으로 이 중 2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온열질환 산재 사망자의 절반 가까이가 건설업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온열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총 117건이었는데, 이 중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61건으로 전체의 52%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제조업(18건), 국가·지자체 사업(14건), 운수창고통신업(4건), 건물 등 종합관리업(4건) 등의 순이었다.
발생 장소별로 구분해도 실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산재가 대다수다. 전체 117건 중 재해자의 작업 장소가 실외나 실내로 구분되는 81건 중 실외 작업장의 온열질환 산재는 총 75건으로 93%에 달했다. 실내 작업장은 6건이었다.
■ 침묵의 살인자 ‘폭염’…온열질환, 왜 위험한가
폭염은 폭풍이나 폭우처럼 피해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에 못지 않게 생명을 앗아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이 같은 폭염에 장시간 휴식이나 수분 섭취 없이 노출되면 열사병 등 온열질환을 유발한다.
우리 뇌에는 신체 적정 온도인 36.5도를 유지해주는 신경계(체온조절 중추)가 있다. 이 신경계는 체온이 낮을 땐 몸을 떨어 체온을 높이고 높을 땐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게 한다. 하지만 지속적인 폭염에 노출되면 이러한 신경계가 손상되고, 기능장애가 발생해 ‘열사병’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열사병 질환자는 중추신경 기능장애로 의식 장애나 혼수 상태가 생길 수 있는데, 특히 체온을 떨어뜨리는 기능이 고장 나 피부에서 땀이 나지 않고 건조해져 몸은 열이 높고 다리는 차가워지게 된다. 이러한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아 온열질환 중에서 가장 위험한 질환이다.
■ 온열질환 3대 기본수칙 ‘물·휴식·그늘’
이같이 작업현장에서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선 ‘물·그늘·휴식’이란 3대 기본수칙이 이행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실외작업장에서 작업자들은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작업 중 규칙적으로 섭취해야 하며,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와 가까운 곳에는 그늘진 장소(휴식공간)가 마련돼야 한다.
이 같은 수칙 외에도 체감온도에 따라 폭염 단계별 대응요령이 추가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우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폭염주의보)인 ‘주의’ 단계에선 매 시간 10분씩 그늘에서 휴식이 필요하며, 무더위 시간대(오후 2~5시)에는 옥외작업을 단축하거나 작업시간대를 조정해야 한다.
또 ‘경고’ 단계인 체감온도 35도 이상(폭염경보)일 때는 매 시간 15분씩 그늘에서 휴식이 주어져야 하며, 무더위 시간대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옥외작업이 중지돼야 한다.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어가는 ‘위험’ 단계에는 매 시간 15분씩 그늘 휴식에 더해 무더위 시간대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등에 필요한 긴급조치 작업 외의 옥외작업은 중지돼야 한다. 또 열사병 등 온열질환 민감군은 옥외작업이 제한돼야 한다.
아울러 근로자에게 온열질환이 발생했다면 신속한 조치가 가장 중요한 만큼 곧바로 119에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는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으로 질환자의 체온을 최대한 떨어뜨려야 하며, 몸통의 열이 다리로 나갈 수 있게 온몸을 마사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 “물·휴식·그늘만 보장되면…온열질환 예방, 문제 없죠”
그렇다면 이 세 가지 기본수칙은 실제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줄까.
지난 14일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의 한 건설현장. 공사가 진행 중인 18층 옥외에선 약 20명의 근로자들이 슬라브 철근 배근 작업에 한창이었다. 33도에 달하는 푹푹 찌는 날씨 탓에 이들의 이마에 맺힌 땀은 금세 작업복을 적셨다. 이윽고 쉬는 시간이 되자 근로자들은 이곳 한 켠에 마련된 검정색 그늘막 아래 의자에 앉아 시원한 물을 마시며 10~15분 동안 휴식을 취했다.
이날 건설현장 내부 곳곳에는 근로자들의 휴식과 수분 섭취를 위한 장소들이 위치했는데, 특히 ‘몽골텐트’로 설치된 5분 안전교육장에는 에어컨과 함께 근로자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마의자 등이 구비돼 있었다. 또 언제든 사용 가능한 얼음 냉장고 옆에는 온열질환 대처 예방키트도 마련돼, 실제 질환자가 나와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했다.
근로자 A씨는 “여름철만 되면 현장 근로자들은 그야말로 더위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렇게 물과 휴식, 그늘 세 가지만 보장이 되면 아무리 더운 날에도 온열질환에 걸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와 관련, 안전보건공단은 지난달 28일부터 폭염 대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특별 대책을 수립, 비상체계 대응반을 구성하는 등 폭염 대응체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해 확대 운영 중이다. 8월 한 달 간 가용 인력과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고, 약 100억원으로 예산을 추가 확보해 건설업·소규모 유통업 등 폭염 취약 업종의 이동식 에어컨 등 예방품목 지원 규모를 늘렸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온열질환을 막기 위해선 ‘물, 그늘, 휴식’이란 3대 수칙 이행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같은 대책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게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해당 기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문화 확산 공모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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